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하고, 메타버스 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발표는 아니다. 이미 페이스북은 2014년 가상현실(VR) 기업 오큘러스를 인수하고, 퀘스트2 등의 VR 기기용 3D 콘텐츠를 선보여왔다. 올해 6월에는 유닛2 게임즈를 인수하면서 3D 콘텐츠 창작 플랫폼과 커뮤니티 기능도 확보했다.
페이스북은 3D 제작도구를 사용자에게 공급해 누구나 플랫폼 내 소품을 만들고,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거래하는 창작 생태계를 구현한다. 또 행동뿐만 아니라 표정이나 외형적 특징을 자신의 아바타에 반영할 수 있는 VR 헤드셋을 통해 가상공간에서도 더욱 비언어적 소통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인공지능과 음성인식 역시 메타버스 내 반려동물이나 NPC 등과 소통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메타버스에 필요한 기술적 요소는 표준이 정립되지 않았다. 게임을 메타버스에 중심으로 놓는가 하면, 회의나 전시회 등 비즈니스 공간을 가상세계에 만들어주는 서비스도 있다. 팬미팅이나 소셜미디어 등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메타버스 플랫폼 역시 존재한다.
월간 활성 사용자 수 28억9000만명(스태티스타, 2021년 2분기 기준)을 보유한 페이스북이 플랫폼 중심으로 제시한 방향성은 많은 기업이 독자적으로 메타버스 구현과 사업화에 나선 국내 산업계에도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국내에서도 플랫폼 중심의 메타버스 생태계 육성론이 대두된다. 엄희윤 한국전파진흥협회(RAPA) 센터장은 최근 열린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오픈 콘퍼런스에서 메타버스가 갖춰야 할 속성에 대해 소개했다. RAPA는 NIPA와 함께 얼라이언스 간사 기관을 맡고 있으며, 참여기업이 협업하는 프로젝트를 관리한다.
엄희윤 센터장은 “메타버스는 단순한 콘텐츠적 접근이 아니라 개방형 플랫폼적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이를 위해 기술, 창작, 비즈니스 측면에서 개방된 생태계를 중시해야 한다”며, “플랫폼 내 콘텐츠 창작 도구는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게 SaaS나 PaaS로 공급해야 하고, 사용자가 이를 기반으로 소품이나 콘텐츠를 창작해 거래·유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서드파티 개발사의 새로운 기능을 플랫폼에 즉시 연동할 수 있도록 API를 개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얼라이언스에는 플랫폼 구현을 위한 소프트웨어·하드웨어 기업은 물론, 현실세계 금융을 연결하기 위한 금융기관, 몰입도 높은 콘텐츠 구현을 위한 인공지능 기업과 콘텐츠 기업, 플랫폼을 이용해 새로운 방식의 광고를 구현하려는 미디어랩 등 여러 유형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향후 제조, 교육, 공공, 복지 등 7개 주요 분야에서 협력하고, 개방형 확장현실 기기(오픈XR)에서 구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