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장으로 치러진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영결식이 별세 닷새 만인 30일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오전 11시부터 거행됐다.
장례위원장인 김부겸 국무총리는 영결식 조사에서 "오늘 영결식은 고인을 애도하는 자리이자 새로운 역사, 진실의 역사, 화해와 통합의 역사로 가는 성찰의 자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념의 대립을 넘어 12년 만에 세계가 한자리에 모인 사상 최대의 88서울올림픽은 우리 국민들에게는 불가능은 없다는 자신감을, 세계인들에게는 한민족의 저력을 보여주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고인이 구소련·중국을 포함해 5년간 45개국과 수교한 것과 관련해선 "이를 기반으로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하고, 긴장과 대립의 남북관계를 공존과 평화의 관계로 진전시켰다"고 우러렀다.
이어 "토지공개념 도입으로 경제민주화에도 기여했다"며 "대규모 주택 공급으로 서민과 중산층 주거를 안정시키고, 국민연금 등 공적부조를 크게 확대했다"고 말했다.
다만 고인의 많은 공적에도 불구하고 애도만 할 수 없는 현실을 짚으며 "우리 공동체가 풀어야 할 숙제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국가장을 치르도록) 우리 마음을 움직인 것은 재임 시 보여준 공적보다 고인이 유언을 통해 국민들께 과거 잘못에 대해 사죄와 용서의 뜻을 밝힌 것"이라며 "고인이 우리 현대사에서 큰 과오를 저지른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그럼에도 부족한 점 및 저의 과오들에 대해 깊은 용서를 바란다"는 유언을 남겼다.
이에 대해 김 총리는 "고인이 병중에 들기 전에 직접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만나 사죄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며 "오늘 영결식에서 그 누구도 역사 앞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준엄한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고 주지했다.
또 "국가장에 반대하는 국민들 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모든 역사는 현재의 역사다. 과거는 묻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 가는 역사로 늘 살아있다"고 강조했다.
유족들에게도 국가장의 의미와 국민들 마음을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김 총리는 "지금처럼 고인이 직접 하지 못했던 사과를 이어가 주시길 바란다"며 "과거사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에도 끝까지 함께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고인을 위한 길이자, 우리 민족사의 먼 여정에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고인의 유해는 이날 오전 9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 후 별세 직전까지 머물렀던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노제(路祭)를 치른 후 영결식장으로 옮겨졌다. 이후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 절차가 진행되며, 오후 4시 30분께 파주 검단사에 임시 안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