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대표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압박하는 건 영장 사주가 아닌가?” (윤석열 국민의힘 예비후보)
“참 딱하다. 여기는 대선 토론장이다. 정책토론 하자고 할 때는 언제고” (홍준표 예비후보)
윤 후보는 먼저 원 후보에게 고발사주 의혹 논란을 설명한 뒤 “체포영장이 기각된 사람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건 처음 본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원 후보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물어보는지 잘 모르겠고, 왜 저한테 물어보는지 잘 모르겠다”면서도 “부당한 압박에 당당히 맞서서 이겨내길 바란다”고 했다.
윤 후보는 재차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직권남용에 준하게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고, 원 후보는 “잘 모르겠다. 윤 후보가 우리나라의 법치주의에 매우 근본적인 논쟁의 중심이 됐다. 저한텐 묻지 말아달라”고 했다. 다만 경선 개입 아니냐는 질문엔 “울산시장 선거개입의 재판(再版)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후보는 홍 후보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홍 후보는 “저는 참 딱하다고 생각되는 게 여긴 대선 토론장이다”며 “정책토론을 하자고 할 때는 언제고”라고 했다. 이에 윤 후보는 “남의 당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 결정 전 빨리 강제수사를 하라고 하는 게 대선 토론에서 못다룰 주제인가”라고 했다. 홍 후보는 “본인이 수사할 때는 정당한 수사고, 본인이 수사 당할 때는 정치공작인가”라고 했다.
윤 후보는 홍 후보의 리더십도 문제 삼았다. 윤 후보는 “2번의 당 대표와 2번의 대선 출마, 경남지사, 5선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홍 후보와 가까이서 근무한 사람들은 떠난 사람이 많다는 얘길한다”며 “저는 정치 초심자임에도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왔다. 근데 왜 홍 후보는 상대적으로 적은가”라고 했다.
이에 홍 후보는 “저는 계파를 만든 적도, 속한 적도 없다”면서 “26년간 정치하면서 배신은 2번 당했다. 제가 키운 사람에게”라고 했다. 이어 “윤 후보 진영에 가 있는 어떤 분은 내가 행정부지사 3년을 데리고 있고 오갈 데 없는 사람 내가 데려왔다”고 했다. 측근이었던 윤한홍 의원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홍 후보는 그러면서 “낮에는 윤 후보 진영에 가 있고, 나한테 오고 이러길래 지난 3월에 내가 불러서 이중생활 하지 마라, 그쪽으로 가라고 했다”고 했다. 이에 윤 후보는 “3월이면 제가 정치 시작도 안 했을 때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홍 후보는 “그때 스님이 이미 (대선에) 나가라고 했지 않나. 그래서 내가 보내줬다. 그러고 내년 3월 9일(대선일) 이후에 보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홍 후보와 원희룡 후보 사이 설전도 펼쳐졌다. 원 후보는 홍 후보에게 “대통령이 되면 탄소세를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홍 후보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공약을 전제로 물으니 대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질문이 야비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원 후보가 여러 차례 “제 주도권 토론인데 대답을 안 하느냐”, “본선에서도 이렇게 하겠느냐”고 추궁했지만, 홍 후보는 “본선에 가면 훨씬 잘 한다. 당내 경선이기 때문에 제대로 안 하는 것이다”며 “어떻게 머리가 그렇게 좋으신 분이 토론을 그렇게 하느냐”고 했다. 지켜보던 유승민 후보는 “두 분 사이에 있으니까 귀가 아프다”고 꼬집었다.
유 후보는 정책 토론에 집중했다. 유 후보는 홍 후보에게 “진짜 모병제를 할 거냐”며 “30만명 정도 모병제를 한다고 하면 국방예산이 지금의 1.5배 정도 들어간다”고 했다. 이어 “모병제를 하면 가난한 집 아이들만 군대에 갈 가능성이 무지 많다”면서 “공정도 아니고 정의도 아니다”고 했다.
홍 후보는 “(예산은) 10조원 정도로 본다”면서 “가난한 사람이 간다고 했는데, 미국의 지원병 제도에서도 사실 탑 클래스 사람들의 자제도 간다”고 했다. 이에 유 후보는 “역사적으로 보면 (미국에서도) 전쟁이 나면 부잣집 아이들이 군대에 안 가려고 많이 빠졌다”고 했다.
유 후보는 윤 후보에겐 “문재인 정부 들어 비정규직이 폭발적으로 늘어 800만명을 돌파했다.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비정규직 제로라고 하고 최악을 만들었다”면서 “어떻게 해결할 거냐”고 했다. 이에 윤 후보는 “노동의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 소위 말해서 직무급으로, 하는 일에 따라 상응하는 보수를 줘야한다”고 했다.
유 후보가 “어떻게 할 거냐”고 방법론을 묻자 윤 후보는 “어떻게가 아니라 유도하고 혜택을 준다는 것”이라면서 “민간은 여러 조달 부분이나, 정부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에 있어서 차이를 줄여가는…”이라고 했다.
한편 경선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지지자들 사이 충돌도 발생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윤 후보 지지자가 유 후보 지지자를 폭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토론회가 열리는 강원 춘천 G1 방송국 앞에서 윤 후보 지지자가 유 후보 측 캠프 응원단을 가로 막았다.
이에 유 후보 측 응원단이 항의하자, 윤 후보 지지자가 항의하는 유 후보 지지자를 두 차례 가격했다. 이에 관할 경찰서에서 조사가 진행됐다. 유승민 캠프는 “지지자의 일이라고 방치할 게 아니라 후보자 본인의 사과와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