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중국증시 황제주 마오타이는 ‘ESG 낙제생’

2021-10-27 06:00
  • 글자크기 설정

'B'에서 'CCC'로 강등···글로벌 시총 20대 기업 중 '꼴찌'

지방정부 '돈줄', 부패 대명사, 짝퉁술 꼬리표 붙어다녀

ESG 인식 낮은 中기업···기업 경영 걸림돌로 여겨

구이저우마오타이.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고급 바이주(白酒, 고량주) 기업인 구이저우마오타이(貴州茅臺, 이하 마오타이)는 중국증시 황제주로, 우리나라 삼성전자처럼 중국 가치투자 대명사로 불린다. 하지만 최근 마오타이가 받아든 ESG 경영 성적표를 보면 과연 미래 장기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ESG는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어 앞글자를 딴 약자로, 기업의 경영과 재무성과 이외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 활동을 일컫는다. ESG 경영이란 곧 친환경적이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배구조도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경영 철학이다.
 
'B'에서 'CCC'로 강등···글로벌 시총 20대 기업 중 '꼴찌'

[사진=MSCI ESG 평가 갈무리]

올 3분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매긴 마오타이의 ESG 경영 평가는 기존의 'B'에서 'CCC'로 강등됐다. 전체 일곱 단계 등급 중 가장 낮다. 전 세계 20대 시가총액 기업 중에선 꼴찌라고 중국 21세기경제보는 보도했다.  

마오타이는 2018년 4월 MSCI의 첫 ESG 평가에서 B등급을 받은 후 개선은커녕 오히려 더 떨어졌다. 황제주로 대접받는 마오타이가 ESG 경영 평가에선 꼴찌라니 굴욕이다.

글로벌 4대 ESG 평가기관 중 하나인 MSCI는 매년 전 세계 2800개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ESG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MSCI ESG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펀드 운용자금 규모는 1000억 달러(약 116조8000억원)가 넘을 정도로 투자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전 세계적으로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마오타이의 ESG 투자 가치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MSCI는 ESG 평가항목을 환경(기후변화·자연자본·오염폐기물·환경기회), 사회(인적자원·제품책임·이해관계자 반대·사회적기회), 지배구조(기업지배구조·비즈니스행위) 등으로 세분화했다.

MSCI는 마오타이가 수자원 관리 방면에서만 동종업계 평균 수준으로 평가했을 뿐, 지배구조·비즈니스 행위·제품 안전 및 품질·포장자재 및 폐기물 처리, 탄소배출 등 방면에서 낙후됐다고 평가했다. 동종업계를 웃돈다는 평가를 받은 항목은 단 하나도 없었다. 
 
지방정부 '돈줄', 부패 대명사, 짝퉁술 꼬리표 붙어다녀
사실 마오타이가 ESG 경영 '열등생'이라는 건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도 한다.  당장 모기업인 마오타이 그룹과의 지배 구조 관계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왔다.

예를 들면, 현지 구이저우성 정부 관할 국유기업인 마오타이 그룹은 지난해 10월 마오타이 주식회사를 동원해 구이저우성 현지 하수 처리장, 도로건설 용도로 모두 8억600만 위안을 기부했다. 마오타이 주주총회 의결도 거치지 않고 말이다. 지난해 말에도 주주 동의 없이 우리돈 약 1000억원어치의 마오타이 주식을 구이저우성 산하 국유기업에 무상 이전하기도 했다. 마오타이 주주들의 집단 소송설이 무성했던 이유다. 

마오타이에는 '부패 대명사'라는 꼬리표도 따라다닌다. 마오타이가 중국에서 워낙 값비싼 술로 인식되면서, 그룹 내 경영진과 고위급 관료 간 정경유착 비리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옥 신세를 지는 경영진도 상당수다. 앞서 마오타이 그룹을 18년 진두지휘했던 위안런궈(袁仁國) 전 회장은 200억원이 넘는 뇌물수수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의 부패 행위는 지난해 1월 중국서 방영된 반부패 드라마 '국가감독' 제1편에서 다뤄졌을 정도다.

마오타이의 고질적인 '짝퉁 술' 문제도 ESG 평가 발목을 잡았을 터다. 중국에서는 마오타이술 빈병 1개가 우리돈 최고 1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린다. 빈병에 가짜 술만 넣으면 값비싼 진짜 마오타이 술로 둔갑한다. 이러한 마오타이 가짜 술 제조가 전국 곳곳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다. 마오타이 측에서 단속을 강화하곤 있지만 쉽지 않다. 

마오타이가 현지 지역 농가와 상생하며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앞서 2018년엔 현지 농민들이 마오타이의 현지 수수 수매가가 수년째 동결됐다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수수는 마오타이 술의 주재료다. 당시 마오타이 매출과 순익이 50%씩 증가하고 있던 때라, 마오타이는 농민을 쥐어짜서 폭리를 취하는 '나쁜 기업'으로 낙인 찍힌 바 있다. 

이밖에 마오타이 술은 모두 구이저우성의 젖줄인 츠수이허(赤水河·적수하)의 맑은 물을 가져다 빚는데, 현지 수자원 보호 등과 관련해서도 전혀 정보 제공이 되지 않고 있다. 

마오타이가 발표한 지난해 실적보고서는 총 120페이지 분량. 이 중 ESG 경영 내용은 고작 9페이지에 불과했다. 구체적인 ESG 정보가 담겼을 리 만무하다. 이는 중국 증권거래소에서 상장사에 ESG 경영 관련 정보 공개할 것을 강제로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9월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시 중급 인민법원이 1심 재판에서 부패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위안런궈 전 마오타이그룹 회장. [사진=CCTV 갈무리]  

ESG 인식 낮은 中 기업···기업 경영 걸림돌로 여기기도
ESG가 최근 전 세계 기업 경영의 화두지만, 마오타이 사례에서 보여지듯 중국 기업들의 ESG에 대한 이해도는 여전히 낮다. 올해 중국 4000여개 상장사 중 ESG 관련 보고서를 발표한 기업은 1021곳으로, 전체의 약 27%에 불과했다.  

중국 상하이 소재 룽정 컨설팅의 장주린 ESG 총감은 "중국 기업들은 경영 성과 목표를 설정할 때 ESG 항목은 배제한다"며 "아직 ESG 정보 공시도 부족한 편"이라고 전했다. 

중국 내 ESG 관련 데이터나 평가방식도 없고 참고할 권위적인 지표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ESG를 회사 발전의 걸림돌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친환경 경영으로 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중국 투자자들은 여전히 재무지표를 가장 우선순위로 두고 있으며, ESG엔 비우호적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ESG 경영은 꼴찌지만 중국 주식시장에서 마오타이 주가가 고공행진하는 배경이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마오타이 주가는 2배 넘게 급등해 26일 종가 기준 1860위안 선에 머물러 있다. 마오타이는 중국에서 가장 값비싼 주식이다. 

심지어 중국 내 여러 ESG 펀드에서는 마오타이 주식 보유비중도 높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윈드사에 따르면 중국 대형펀드사 이팡다가 운용하는 'ESG 책임투자 주식형 펀드' 등 최소 7개 ESG 펀드에서 마오타이를 주요 종목으로 많은 비중을 갖고 있다. ESG 책임투자 주식형 펀드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보유한 마오타이 주식만 2만4600주로, 최대 비중을 차지했다. 

MSCI A주 중국 ESG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ESG 펀드의 10대 편입 종목에 마오타이가 포함된 펀드 비중이 고작 3.77%에 불과한 것과 비교된다. 

한편 MSCI는 올해 3분기 중국 A주 상장사 238곳에 대해 ESG 경영 평가를 매겼다. 가장 높은 AAA 혹은 AA 등급을 받은 상장사는 야오밍캉더, 양광전원 두 곳이었다. 비야디, 뤄양몰리브덴, 자오상은행, 화타이증권, 윈난제약, 상하이제약 등도 A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가장 낮은 CCC 등급을 받은 기업은 57곳, B 등급은 62곳에 달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