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결혼을 위해 얼마 전 집을 샀어요. 고점에 산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살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그런데 아직 잔금이 남아있는 상태라 혹시 대출총량 규제에 걸릴까 봐 조금은 걱정했어요.”(31세 김모씨.)
내년 결혼 준비에 바쁜 김씨는 먼저 집부터 구했다. 최근 집값이 꾸준하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남편 될 사람과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나중에는 집을 매입하지 못 할 것 같다는 불안감 탓이다.
김씨는 일단 계약금을 보내고 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대출 총량규제 때문에 혹시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는 잔금일자를 좀 늦춰 내년에 잔금을 치르고 입주하기로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대출 규제로 인해 유동성이 줄며 집값 상승폭은 다소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돈줄죄기'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의 근본 원인인 공급 부족과 매물 품귀 현상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둔촌주공(1만2032가구) 등 대단지는 분양 시기를 내년으로 연기했으며, 다주택자는 양도·취득세 부담으로 인해 매물을 내놓고 있지 않다.
집값이 오를까 봐 불안해서 집을 사려고 하는 김씨 등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김씨는 다행스럽게도 잔금을 미뤄 대출 걱정을 덜었지만 제 2의 김씨와 제 3의 김씨는 지금 대출이 안 돼 원하던 주택을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단지 연말이라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말이다.
앞으로 연말 대출 문턱이 높아진다는 것을 학습한 사람들은 내년에는 대출을 서둘러 받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한 전문가는 “결국 내년 초 대출 총량이 초기화되면 집값이 또 뛸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수급불균형을 해소하지 않으면 총량 규제 등은 단기적인 해결책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규제와 대책을 쏟아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다만,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급급해서는 안 된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없더라도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