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훈(캐나다)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세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21 KPGA 코리안 투어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억원) 마지막 날 최종 4라운드가 24일 인천 서구에 위치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1·7208야드)에서 열렸다.
철새들이 1번 홀(파5) 위를 날았다. 날아가면서 울부짖었다. 시즌이 끝나가는 소리다. 선수들은 소리를 들으며 티잉 그라운드 위에서 티샷을 날렸다.
이태훈, 김민규, 문도엽(30)은 한 조로 편성됐다. 3명 모두 첫 홀에서 버디를 기록했다. 김민규는 2번 홀(파4) 보기를 범했다. 이후에는 문도엽이 이태훈을 추격했다. 3번 홀(파3)과 5번 홀(파4) 버디를 낚으면서다.
이태훈은 5번 홀 버디, 6번 홀(파4) 보기, 7번 홀(파3) 버디, 8번 홀(파4) 보기를 적으며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전반 마지막 홀인 9번 홀(파5)에서는 문도엽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티샷한 공이 페어웨이 왼쪽 깊은 러프로 날아갔다. 두 번째 샷은 레이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린을 노리기 위해 시도한 세 번째 샷. 날아간 공이 해저드에 빠지고 말았다. 이후에도 흔들림은 계속됐다. 결국, 6온 2퍼트로 트리플 보기를 범했다.
이렇게 이태훈이 우승하나 싶었다. 그러나, 쉽게 우승을 내줄 문도엽이 아니었다. 12번 홀(파4) 버디로 다시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2타 차까지 좁혀졌다.
추격하기도 바쁜 15번 홀(파4), 문도엽은 고삐를 놓고 말았다. 티샷 한 공과 벌타를 받고 다시 친 공이 페널티 구역으로 들어갔다. 더블 보기. 이제는 김민규에게 공동 2위를 허용했다.
이태훈은 또다시 달아났다. 16번 홀(파3) 프린지에 떨어진 공을 퍼터로 넣었다. 깃대와 10m 거리였다. 승리의 여신이 그를 향해 미소 지었다.
17번 홀(파5) 이태훈은 4온 2퍼트로 보기를 범했다. 우승에는 문제없었다. 18번 홀(파4) 문도엽이 보기를 범했다. 선두 경쟁을 하다가, 3위까지 내려앉았다. 김민규가 어부지리로 준우승을 기록했다. 이태훈의 4타 차 우승이다.
아시안 투어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태훈은 2017년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당시 이름은 리처드 T. 리였다. 우승 이후 이태훈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2년 뒤 개막전(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에서는 두 번째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이번 우승은 2년 6개월(30개월)이 걸렸다. 투어 통산으로는 3번째다.
우승 직후 기자회견장에 방문한 이태훈은 "힘들게 우승했다. 깃대 위치가 까다로웠다. 코스가 잘 맞았다. 우승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6번 홀 버디로 우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 위치에 모래가 많았다. 칩 퍼트를 하자고 생각했다. 이상하게 잘 맞았다. 속도도 좋았다. 대상과 상금왕을 내년에 노려보겠다. 1위를 한 번 하고, PGA 투어에 도전할 예정이다. 올해 말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안 투어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방어전에 올랐던 서요섭(25)은 최종 합계 1언더파 283타 공동 26위에 그쳤다.
다음 대회는 코리안 투어 최종전인 LG 시그니쳐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다. 다음 달 4일부터 7일까지 파주에서 열린다. 이 대회는 제네시스 포인트 70위와 상금 순위 70위가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