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누리호 발사 '졌잘싸' 대신 '성취 강조'…연설문 직접 수정

2021-10-2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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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곳곳 달성 목표 강조하는 문장들로 채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연구동에서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의 설명을 들으며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2)'의 발사를 참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 참관 후 모사체(더미 위성)의 궤도 안착 실패에도 불구하고 연구진들을 격려하기 위해 연설문을 직접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4일 페이스북에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를 올렸다. 박 수석은 "당시 대통령은 '위성 속도가 충분하지 못했지만, 위성의 목표 고도를 성취한 것은 국민께 알려야 한다'면서 이러한 문장으로 직접 수정한 대국민 메시지를 현장에서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 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누리호 발사 뒤 데이터 분석 도중 박수경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에게서 '위성 모사체 궤도 안착 실패가 예상된다'는 소식을 보고받았다. 이에 미리 준비한 연설문 수정 작업이 시작됐다.

박 보좌관은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콘셉트의 톤 다운된 버전으로 수정을 제안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비록 더미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지 못했으나 1·2단 연소와 분리, 페어링까지 다 성공했으니 과장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성취를 최대한 축하하는 연설문으로 작성하겠다"며 직접 연설문을 수정했다는 후문이다.

박 수석은 "대통령은 연설문 곳곳을 이루지 못한 성과보다는 달성한 목표를 강조하는 문장들로 채워 나갔다"고 강조했다. 실제 연설문은 "자랑스럽습니다"로 시작됐다. 또 "아쉽게도 목표에 완벽하게 이르지는 못했지만, 첫 번째 발사로 매우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 "발사체를 우주 700㎞ 고도까지 올려보낸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며, 우주에 가까인 다가간 것"이란 내용 등이 담겼다.

문 대통령의 격려는 자리를 뜨고도 계속됐다. 서울로 돌아오면서 "우리가 이룬 성취를 국민들께 잘 전달하고, 연구진들의 사기를 북돋워 드리라"고 재차 당부했다고 박 수석은 전했다.

박 수석은 누리호 발사 전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서 '발사 시험이 실패할 경우 대통령 연설 없이 연구원들 격려만 하고 돌아오자'는 의견이 있었는데, 문 대통령이 거절한 일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시험이 실패하더라도 생방송 연설을 하겠다"며 "현재까지 우리가 확보한 기술의 축적과 우리나라 우주개발의 도전과 의미를 내용에 담아라"고 지시했다.

박 수석은 지난 3월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실시된 누리호 발사체 1단부 최종 종합연소시험에 얽힌 일화도 소개하며 "시험이 성공적으로 종료된 후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문 대통령은 성공을 축하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 초안을 직접 작성해 과기보좌관에게 친필 메모로 전달하고 의견을 물어봤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우주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이날의 성취는 오롯하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자들을 비롯한 우주산업 관계자들의 공로"라며 "연구진과 참여 기업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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