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하 '카이스트')이 내년부터 신입생을 대상으로 학내 연구성과 보호를 위한 연구보안 교육과정 이수를 의무화한다. 연구보안 교육과정 개설에 대전·충청·영남 지역 대학과 교류를 확대하고 있는 국가정보원의 지원을 받았다.
15일 국정원에 따르면 카이스트는 지난 4월 국내 대학 최초로 기존 보안 부서와 별도로 연구보안 전담팀을 신설했다. 카이스트는 이와 더불어 '연구보안 교육과정'을 마련해 내년부터 모든 학부·대학원 신입생이 의무 이수하도록 할 계획이다.
카이스트는 작년 11월 학생과 연구자들의 연구·실험 과정을 기록하는 온라인시스템 '전자연구노트'를 해킹당해 학교 구성원(직원·학생) 3만여명의 이름, 학교 포털계정, 이메일, 소속(부서·학과), 사번·학번을 포함한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했다고 12월 밝혔다.
당시 카이스트는 해킹 발생을 학인한 이후 전자연구노트 외부접속 차단과 보안솔루션을 적용했고 추가 보안강화 조치로 로그인시 2차인증과 필수 보안도구 해제 방지 등 관리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전담조직 신설로 연구보안을 한층 더 강화할 전망이다.
중앙대학교도 연구보안 교육과정을 이공계 대학원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학생들은 졸업 전 보안관리체계와 보안준수사항 등을 수강해야 한다. 국정원은 지난 6월 중앙대에도 국가R&D 보호활동, 해외 연구성과 유출 대응사례 등 자료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교육지원과 인재양성을 포함한 사이버보안과 방첩분야에서 국내 대학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명지대학교와 '방위산업 안보 및 방첩 발전을 위한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정원·대학 간 최초의 방산방첩 업무협약이다.
명지대는 내년 3월 '방산 안보학' 대학원(석·박사) 과정을 신설 운영한다. 국정원은 명지대와 방산안보·방첩 분야 이론·법제 공동연구, 서적·교육과정 개발, 전문인력양성, 인적자원 교류, 워크숍·세미나 공동개최를 통한 학술교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8일에는 국정원과 영남이공대의 업무협약이 체결됐다. 양측은 지역사회 사이버보안 인재양성, 기술세미나 개최, 최신 보안기술동향 연구에 상호협력하기로 했다. 다음달 11일 중고교생 인재 발굴을 위한 해킹방어대회를 연다.
국정원 지부는 지난 2월 대전·충청권 9개 대학 학부생과 대학원생 20명을 대상으로 1기 '윤리적 해커 양성 교육'을 실시했고 오는 26일 11개 대학의 학생 40명을 대상으로 2기 교육을 진행한다. 오는 26일 지역 공공기관 보안관제 업무현장을 참관한다.
국정원 관계자는 "사이버, 방첩, 보안 등 각 분야에서 이론·실무 융합 연구와 인적, 학술적 교류 등을 위해 대학과의 교류를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사이버보안 분야 기술발전과 보안위협에 대응할 인재양성과 연구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암호포럼이 주관하는 총상금 5800만원 규모의 '2021 국가암호공모전'을 후원하고 심사위원회를 통해 선정된 31개팀을 지난 14일 시상했다. 국가암호공모전은 지난 2005년부터 매년 개최됐다.
양자컴퓨터 환경에서 대칭키암호(AES-256) 기반 해시함수 안전성을 분석한 논문으로 대상에 선정된 국민대(대표 백승준) 팀은 국정원장상과 상금 1000만원을 받았다. 최우수상에 선정된 카이스트(대표 최원석)·서울대(대표 이기우)·고려대(대표 우주)·한양대(대표 정권호) 팀은 국정원장상과 상금 300만원을 받았다.
이밖에 우수상에 선정된 6개팀은 국가보안기술연구소장상(이론분야)·한국인터넷진흥원장상(응용분야)과 상금 200만원을 받았다. 장려상에 선정된 8개팀은 정보보호학회장상과 상금 150만원을 받았다. 특별상에 선정된 12개팀은 암호포럼의장상과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이날 김선희 국정원 3차장은 "안전한 사이버세상을 위해 국내 암호분야 인재양성과 연구활동을 더욱 열심히 지원할 것"이라며 "미래 양자컴퓨터 환경에 대비할 수 있도록 민관학 관계자들이 양자내성암호 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 달라"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