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의 각종 규제책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증가액이 동월 기준 역대 둘째로 큰 폭 상승하는 등 대출수요가 지속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2021년 9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9월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정책대출 포함)은 1052조7000억원으로 전월보다 6조5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증가폭(6조1000억원)보다 확대된 것으로 지난해 9월(9조6000억원)에 이어 역대 2위 증가폭을 기록한 것이다.
부문별로는 주택담보대출이 5조7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9월 증가액 기준으로는 역대 셋째로 큰 폭이다. 주택매매 및 전세거래 관련 자금수요가 이어지면서 전세자금대출 규모도 2조5000억원 증가했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월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 및 전세거래량은 각각 5만5000호와 3만9000호에 달했다. 주담대 중 전세자금대출 증가 규모도 2조5000억원에 이르렀다.
반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증가규모는 8000억원 수준으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월(3000억원)보다 증가규모가 다소 확대됐지만 금융권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영향을 일부 받았다는 설명이다.
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일부 은행의 신용대출 한도 축소 등 일련의 대출 규제 조치는 기타대출을 중심으로 일부 감소 요인"이라면서도 "9월 대출 증가규모는 1~7월중이나 지난해 하반기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증가규모가 큰 수준으로 대출 규제가 약한 부분 등에서 대출 수요가 상당히 큰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기간 기업대출은 7조7000억원 증가한 1049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9년 6월 관련 속보치를 작성한 이래 9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개인사업자대출을 포함한 중소기업대출은 7조4000억원 늘어 역시 9월 기준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이 중 개인사업자대출도 3조5000억원 늘어 9월 기준으로 최대로 증가했다. 분기말 일시상환 등에도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지속되고 시설자금 수요가 확대되면서 증가규모가 전월 수준을 유지했다. 대기업대출도 운전자금 수요 확대 등 영향으로 소폭 증가(+3000억원)했다.
은행 예금을 비롯한 수신잔액 규모는 2075조6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증가세(18조2000억원)를 이어갔다. 분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기업자금과 추석 상여금 등 가계자금이 유입되면서 수시입출식예금은 15조7000억원 늘었다. 정기예금은 4조원으로 지난 8월말(8조4000억원)보다 증가 규모가 대폭 줄었다. 기타금융기관 예금의 만기도래 등에 따른 것이다.
박성진 차장은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에 따른 시장 영향에 대해 "일부 은행들의 대출상품 지급 중단과 대출한도 축소는 9월에도 일부 영향이 반영될 수 있지만 그에 따른 대출 수요가 다른 은행에서도 나타날 수 있어 정확하게 파악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정부나 은행의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조치나 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여전히 대출 수요 자체는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