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이 코로나19 확산상황에 따라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당초 엄격한 과학방역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K방역이 정치논리와 경제논리의 거듭된 개입으로 갈수록 인간방역에서 약점을 노출하면서 점차 세계적인 관심에서 멀어졌고, 이제는 백신접종률을 높이는 데 올인하여 ‘위드코로나’ 국면으로 이행하고자 조급해하는 나라가 되었다. 백신접종률 70% 달성과 함께 ‘K방역 2.0’이 ‘방역과 일상의 병행’이라는 전대미문의 과제를 안고 11월 9일 시작되면 K방역은 또 한번의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돌이켜보면 K방역을 브랜드화할 수 있게 해준 초반 성공의 출발점은 중국에서 코로나가 발발했다는 소식에 곧바로 개발에 착수한 진단키트였다. 여기에 전 국민이 가입해 있는 정보통신 네트워크가 결합하면서 마치 첩보영화의 한 장면처럼 확진자 동선이 추적되었고 확진자가 은폐하려는 동선까지 찾아냈다. 지구상의 어느 나라도 기술적, 제도적, 문화적 이유로 따라할 수 없는 경이로운 역량이었다. 특히 그러한 추적을 가능케 하는 개인 사생활에 대한 국가의 간섭 범위를 두고 서구 나라들이 느낀 문화적인 이질감은 적지 않은 것이었다. 동네 약국별 마스크 재고를 보여주는 앱은 한국 청년의 창의력과 IT역량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드라이브 스루에서부터 차량이동형 선별진료소까지 진화를 거듭한 진단방법은 한국이 코로나19 대응에서 이룩한 세계적인 업적이다. 하지만 코로나 극복이 코앞에 왔다는 성급한 정치적 메시지는 매번 재확산을 가져왔다. 우여곡절 끝에 K방역 1단계는 ‘추적, 검사, 치료(3T)’를 구성요소로 하는 ‘K-방역모델의 국제표준’을 지난 12월 공식적으로 남길 수 있었다.
감염원을 알 수 없는 확진자 비율이 대략 10%를 넘으면서 추적과 진단을 생명으로 하는 K방역은 추적 없는 무차별적 진단과 방역단계의 세분화를 축으로 하는 국민참여방역으로 전환했다.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가면서 K방역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희미해졌다. 방역단계의 구분이나 집합금지업종의 지정에서 드러난 자의성은 국민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공짜방역’을 노리는 듯 기재부의 방역경제는 영업제한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보상하는 데 지극히 소극적이었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정부는 확진자 수의 감소 전망이 아니라 확진자 증가를 감수하는 방역체계이므로 개인 방역수칙의 준수가 더욱 중요해짐을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아울러 공공의료역량의 강화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의료진의 헌신에는 감사할 뿐만 아니라 공정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채를 양적으로 증가시켰을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악화시켰다.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 비중의 증가, 다중채무자의 증가, 상환능력을 보여주는 소득 대비 부채비율의 상승이 뚜렷하다. 기재부가 정한 손실보상비율 80%는 아무런 법적, 경제적 근거도 없는 자의적인 기준일 뿐이다. ‘소급적용 불가’라는 자의적인 원칙을 정해놓고 시간끌기에 나서는 사이 22명의 자영업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K방역 2.0’에도 자영업자의 가중되는 부채를 자영업자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책임회피성’ 의도가 담겨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손실은 ‘모두의 안전’을 위해 취해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손실이므로 정부가 보상해주는 것이 마땅하다. 다음 정부에서라도 자영업자의 손실보상을 위한 조속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팬데믹 대응능력은 이제 국가경쟁력의 핵심요소가 되었다. 글로벌공급망 재정비에서는 우선적인 가치가 효율성(비용)에서 안전성으로 이동하는 양상이 뚜렷하다. 대한민국이 과학적 역량에 더하여 방역정치와 방역경제에서도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방역선도국’의 위상을 보다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독일 브레멘대 경제학박사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