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락장을 맞아 공매도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코스피가 크게 조정 받는 상황이 됐지만 공매도가 가능한 외국인과 기관은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반면, '빚투'에 나섰던 개인 투자자들은 대량의 반대매매 폭탄을 피하기 어렵다.
공매도에 대한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하락장이 되면 주식을 빌려 공매도에 나선 외국인은 공매도로 수익을 지키고, 돈을 빌려 일반 투자에 나선 개인은 손실을 확정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공매도에 대한 규제를 다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외국인 5개월동안 46조원어치 공매도··· 전체 매도금액의 10%
이 기간 국내 주식시장 전체 외국인 총 매도액은 442조원 규모로, 전체 매도액 중 10%가량이 공매도인 셈이다.
하지만 이 기간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거래액은 1조1767억원에 불과하다. 개인 전체 매도금액 2027조7153억원의 0.05% 수준에 그친다.
개인의 공매도가 허용되긴 하지만 한도가 전체 주식시장에서 2조4000억원에 불과하고, 참여하기 위해서는 금융투자협회와 한국거래소의 교육에도 참여해야 하는 등 절차가 번거롭다.
그렇다 보니 여전히 공매도는 외국인의 놀이터다. 지난 5월 공매도가 재개된 이후 이뤄진 전체 공매도 거래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76% 수준이다. 개인의 비중은 2%에도 못 미친다.
공매도 집중된 종목 어김없이 주가하락
개별 종목별로 살펴볼 경우 공매도가 주가하락에 끼치는 영향이 선명하다.
공매도 재개 이후 외국인 공매도 1위 종목은 삼성전자다. 이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에서만 1조9819억원어치를 공매도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8만원대 초반에서 7만원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공매도 2위 종목 HMM에서는 1조7861억원어치가 외국인에 의해 공매도로 팔렸다. HMM의 주가는 5월 공매도 재개 이후 5만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이후 급락해 8일 기준 종가 2만9050원을 기록했다.
이 밖에 카카오와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에서도 외국인이 조원 단위 공매도에 나서면서 모두 5월 이후 연고점 대비 30% 안팎의 하락을 겪고 있다.
공매도 부작용에 정치권도 제재 강화 요구 높아져
한편 최근의 주가 하락이 공매도 때문은 아니라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국제적인 공급망 불안과 인플레이션 우려, 미국 부채한도 협상, 중국 헝다그룹 사태 등 대외악재가 큰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주가 하락기에 공매도에 대한 원망이 높아지면서 정치권에서도 공매도에 대한 규제를 다시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매도가 지수 하락의 원인은 아니지만 공평한 제도도 아니라는 주장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중이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주식 공매도 제도는 대부분 기관투자가들만 이용하는 주식 외상 거래제도며 동학 개미들에겐 불리할 수밖에 없는 잘못된 주식 거래제도"라며 "주식시장의 폭락을 더더욱 부추기는 역기능도 하기 때문에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권후보 자리를 놓고 홍 의원과 경쟁하고 있는 유승민 국민의힘 의원은 "“(홍 의원이 공매도 폐지를 주장한)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백번 공감한다"며 "국제적 고립을 피하기 위해 공매도 폐지는 어렵지만 서킷 브레이커 도입과 불법·무차입 공매도 처벌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