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의혹] "한동훈 목소리는 대역"…의혹 일파만파

2021-10-08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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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당시 검찰이 고발을 사주했다는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연루 의혹 선상에 있는 모든 인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제보자 조성은씨 간의 통화 녹음파일이 복구되면서 '고발사주' 의혹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특히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된 발언까지 확인되면서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의원과 조씨 간 녹음파일에는 검·언유착 의혹 관련 대화가 포함됐다.

검·언유착 의혹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포함한 여권 인사들의 비위를 폭로하도록 강요했다는 사건을 말한다.

MBC 보도 당일 한 보수 언론은 '제보자X'가 해당 사건에 개입한 사실을 공개하며 여권 인사와 공모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김 의원이 텔레그램을 이용해 조 전 부위원장에게 전달한 20쪽짜리 고발장에는 보수 언론이 주장한 권언유착에 대한 언급이 담겼다.

권언유착은 당시 MBC가 정치권과 결탁해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했다는 취지로 나온 말이다.

당시 김 의원은 조씨에게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에 대한 결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기자가 제보자X에게 들려줬다는 목소리는 한 부원장이 아닌 대역의 목소리였다는 것.

이같은 내용은 지난해 5월 21일 채널A가 공개한 자체진상조사보고서에도 등장한다.

진상조사 보고서에는 '이 전 기자가 지난해 3월 23일 녹음파일을 재녹음해 제보자X에게 들려주려고 시도한 정황을 확인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 전 기자가 자신의 선배인 배모 기자에게 보낸 '반박 아이디어' 문건에는 한 부원장과 목소리가 비슷한 다른 기자의 목소리를 녹음한 뒤 제보자X를 만나 다시 들려주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었다는 것.

김 의원이 조씨에게 말한 내용과 채널A 자체진상보고서에 명시된 '대역'이라는 부분이 일치하면서 의혹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또 복구된 녹취 파일에서 김 의원은 "우리가 고발장을 보내주겠다"며 고발장 작성 주체를 '우리(저희)'라고 표현하고, 대검찰청에 제출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 통화에서는 "서울남부지검으로 가라. 거기가 안전하다"며 접수처를 지정해주기도 했다.

또 '이건 너무 사건과 관련이 있다' '검찰 색을 빼야 한다'는 등의 발언이 포함돼 고발장 작성에 검찰이 연루됐을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해당 녹취 파일에 "검찰이 억지로 받은 것처럼 해야 한다", "제(김웅)가 대검을 찾아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온 게 되니 쏙 빠져야 한다", "접수하면 얘기를 잘 해주겠다" 등 취지의 발언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고발장 제출과 관련해 '심재철 당시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가야 하는데 지팡이를 짚었기 때문에 딱 좋다'는, 장애 비하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취지의 발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녹취 파일 속) '우리'와 '대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불과 3개월 전 사표를 낸 김웅 의원 아닌가"라며 "구속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규탄했다.

조씨의 휴대전화에서 중요발언들이 확인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공수처가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과 조상규 변호사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당시 미래통합당 내 고발장 전달 경로도 추적 중인 만큼 김 의원 등에 대한 소환 조사도 조만간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날 조 변호사는 휴대폰 포렌식 참관을 위해 공수처를 방문해 기자들과 만나 "고발장 초안을 전달받으며 당으로부터 '조심하라'는 주의조차 없었다"며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사전 인지를 부인했다.

고발사주 의혹 수사팀(주임 여운국 차장검사)은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사건을 지난 5일 입건하고 기존에 수사하고 있던 사건과 병합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최창민 부장검사)는 지난달 30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이 고소한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해당 고소장에는 윤 전 총장과 그의 부인 김건희씨, 손 검사, 한 부원장, 김웅·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 등은 이들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공직선거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선거방해 등의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수처는 일주일가량 관련 수사 기록과 증거물 등을 분석·검토한 끝에 피고소인 모두를 피의자로 입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발사주의혹 관련 공수처에 입건된 피의자가 기존 윤 전 총장과 손 전 검사 2명에서 7명으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고발사주 의혹 수사를 전담하게 된 공수처는 사건 주임검사를 최석규 수사3부장에서 여운국 차장으로 변경했다. 그리고 선임검사인 사건분석조사담당관실의 예상균 검사도 주무검사로 투입했다.

한편 지난 24일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윤 전 총장, 손 검사, 김 의원을 고소한 제보자X를 소환 조사했다.

제보자X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언론에 최초 제보한 인물로, 지난 10일 이들을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제보자X는 고소장에서 "언론에 공개된 고발장과 판결문 등에 고소인의 실명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및 범죄사실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며 "서울남부지검의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 협조, 채널A 기자 관련 사건 등에 관한 허위사실을 적시해 고소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는 지난해 4·15 총선 직전 손 검사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였던 김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고발장에는 제보자X에 대한 실명 판결문과 그의 필명인 '이오하'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캡처한 자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제보자X 페이스북 캡처가 고발장에 담긴 이유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같은 자료 등이 비슷한 시기 제보자X를 고발한 보수 시민단체에도 넘겨졌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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