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헝다 국유기업에 자산 매각 1.8조원 자금 확보…급한불 껐지만

2021-09-2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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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내 채권자 우선···매각대금으로 은행빚 갚는다

같은날 달러채 이자 550억원 지급은 '글쎄'

中정부 국유기업 동원해 헝다 자산 매입 독려

'제2의 헝다' 될지도···中 부동산기업 채권값 폭락

중국 광둥성 선전 소재 헝다그룹 빌딩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유동성 위기에 휩싸인 중국 부동산 재벌 헝다가 29일(현지시간) 보유하고 있던 은행 지분을 국유기업에 매각하며 약 1조8300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이날 헝다가 달러채에 대한 550억원 이자금을 지급해야 하는 가운데 나온 희소식이다.  당장 급한 불은 꺼진 듯 보이지만, 여전히 헝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헝다발 리스크가 고조되며 중국 내 다른 투기등급 부동산 기업에 대한 재무 건전성 우려도 커졌다.

◆역내 채권자 우선··· 매각대금으로 은행 빚 갚는다
헝다는 29일 오전 홍콩증시 개장 전 공시에서 보유한 성징은행 지분 19.93%를 99억9300만 위안(약 1조8300억원)에 국유기업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성징은행 지분을 매입한 인수자는 성징은행 대주주인 랴오닝성 선양시 국유기업 '성징금융홀딩스'다. 이번 계약에 따르면 헝다그룹은 이번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 전액을 그간 성징은행에 빚진 채무를 갚는 데 써야 한다. 성징은행은 앞서 헝다그룹 '돈줄' 역할을 해 온 주요 은행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이는 헝다그룹이 역외 채권 투자자보다 역내 채권 투자자를 우선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실제 헝다그룹은 이날 달러채에 대한 4750만 달러(약 550억원) 이자를 지급해야 하지만 이날 오후 2시 현재 해당 이자 지급에 대해선 어떠한 언급도 없다.  앞서 23일 예정된 달러채에 대한 8350만 달러 이자금 지급도 하지 못했다. 달러채의 경우, 이자 지급까지 30거래일의 유예 기간이 있지만, 사실상 헝다의 지급 능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금이 갔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헝다는 올해 말까지 역내외 채권에 대해 지불해야 하는 이자금만 우리 돈으로 8000억원이 넘는다. 이 중 대부분은 역외 달러채다. 이자금을 지급했다고 해도 헝다의 미지급금을 포함한 총부채는 1조9700억 위안(약 360조원)에 달한다. 

헝다 디폴트 리스크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이유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날 헝다의 장기 달러화 회사채 신용등급(IDR)을 기존 'CC'에서 'C'로 하향 조정했다.

◆中정부 국유기업 동원해 헝다 자산 매입 독려

다만 최근 들어 헝다 유동성 위기를 둘러싼 긍정적 신호는 포착되고 있다. 그동안 헝다 사태에 대한 직접 개입이나 자금 지원 등에 침묵했던 중국 정부가 국유기업을 동원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것.  

29일 로이터는 정부 소식통 등을 인용, 최근 중국 정부가 완커, 진마오, 화룬부동산 등 국유 부동산기업에 헝다그룹 자산을 매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몇몇 국유기업은 이미 헝다 본사가 소재한 광저우 현지 자산에 대한 실사도 마쳤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광저우 도시건설투자그룹은 현재 헝다가 광저우에 짓고 있는 축구경기장과 인근에 진행 중이던 주택 건설 사업을 곧 인수할 예정이다. 헝다가 무질서하게 붕괴할 경우 부동산 부문에서 초래될 사회 불안정을 막기 위함이란 해석이 나왔다. 
 

헝다그룹 주요 채권 이자지급 예정 현황 [자료=로이터]


◆'제2의 헝다' 될지도··· 中 부동산기업 채권값 폭락

한편 헝다발 디폴트 위기는 중국 내 다른 투기등급 부동산 기업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최근 중국 정부의 부동산 규제 환경 속에 차입이 어려워진 데다가, 집값 억제 조치 속에서 주택도 잘 팔리지 않아 이들 부동산 기업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2, 제3의 헝다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중국 부동산기업들이 발행한 투기등급 달러채 수익률은 평균 15%까지 급등했다. 이는 약 10년 만의 최고치라고 블룸버그는 집계했다. 수익률이 급등했다는 건 채권 가격이 폭락했다는 의미다.

중국 선전 소재 부동산 개발업체 화양녠(花樣年)이 대표적이다. 화양녠의 2024년 만기 도래 달러채권(쿠폰금리 0.875%) 가격은 3월 발행 당시 달러당 98센트에서 현재 31센트까지 3분의1 수준으로 하락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27일 화양녠의 신용등급을 B2에서 B3로 강등했다. 자금 조달 접근성이 약화하고 상당량의 부채 만기가 도래하면서 재융자(리파이낸싱) 리스크가 커졌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유동성 위기 속 화양녠 주가는 홍콩증시에서 올 들어서만 약 56% 하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젠예(建業), 화난청(華南城), 위저우(禹洲), 중량(中梁). 신위안즈예(鑫苑置業), 룽신중국(融信中國). 양광청(陽光城), 푸리(富力), 아오위안(奧園) 등 다른 중국 부동산기업 채권 가격과 주식도 재무 건전성 우려 속에 대폭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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