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 8년 버틴 한전…"안 올린 게 아니라 못 올렸다"

2021-09-2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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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비조정요금만 인상 총괄원가는 그대로…경영 난제 지속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발표된 23일 오전 서울의 한 아파트에 전기계량기가 설치돼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전력공사가 8년 만에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10월부터 적용되는 4분기 전기요금은 기존 ㎾h당 -3원에서 0원으로 조정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전기요금 인상이 연료비 조정요금만 반영한 반쪽짜리 인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또한, 엄격한 전기요금 개정 체계와 코로나19 등 내수경제의 부진이 장기간 전기요금 인상의 발목을 잡아 온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전은 23일 홈페이지를 통해 '2021년 10~12월분 연료비 조정 단가 산정 내역'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적용된 연료비 연동제 이후 네 번째 연료비 조정요금 발표다.

한전은 지난해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면서 연료비 연동제를 새롭게 도입했다. 한전은 당시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면서 '투명하고 예측가능한 원가 기반의 전기요금 체제'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국제 연료의 가격 변동성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욱 커진 점도 연료비 연동제의 도입에 영향을 끼쳤다.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석유,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 구매에 쓴 비용이 요금에 반영된다. 연료비 조정요금은 실적연료비(직전 3개월간 평균 연료비)와 기준연료비(직전 1년간 평균 연료비)의 차이를 요금에 적용한 값이다.

4분기 산정 내역을 살펴보면 연료비 조정 단가는 ㎾h당 0원으로 책정됐다.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한 이후 단가가 조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분기 연료비 단가는 ㎾h당 10.8원으로 급등했지만, 분기별 조정폭 상한제를 적용해 ㎾h당 0원으로 조정됐다. 상한제에 따르면 조정 요금은 최대 kWh당 5원 범위 내에서 직전 요금 대비 3원까지만 변동된다. 4분기 전기요금이 ㎾h당 3원 인상됨에 따라 월평균 350kWh의 전기를 쓰는 4인 가구의 요금은 월 1050원 오르게 됐다.

다만 이번 전기요금 인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총괄원가와 상관이 없는 연료비 조정요금만 반영됐다. 한전의 정관에 따르면 전기요금은 전기공급에 소요된 총괄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에서 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에 따라 기본적으로 전기 판매의 수익이 총괄원가보다 낮으면 인상하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인하하는 것이다.

이번에 반영된 연료비 조정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등 전기요금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총괄원가 기반 요금조정시에는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의 변동이 생길 경우다.

특히 엄격한 전기요금 개정 체계에 따라 한전은 적자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전기요금을 동결할 수밖에 없었다. 전기요금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한전 이사회에서 전기요금 조정안을 의결하고, 이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인가신청을 해야 한다. 신청을 받은 산업부는 전기요금 전문위원회의 심의 및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마지막으로 전기위원회 심의 의결을 후 인가 여부를 한전에 통보한다. 전기요금 인상에 관해서는 한전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셈이다.

한전 관계자는 "엄밀히 말해서 이번 전기요금 인상은 연료비 조정단가를 2021년 1분기 변동이전으로 원상회복했을 뿐 총괄원가는 그대로다"라며 "전기 요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한전이 할 수 있는 것은 내부적인 경영효율화와 자구노력으로 인한 적자 폭 해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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