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9 대선을 앞두고 다시 여야 정치권의 프레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뜨거운 이슈가 된 ‘윤석열 고발 사주’와 ‘박지원 정치공작’이라는 두 개의 의혹은 양 진영의 대표적 프레임이다. 여권세력과 그 지지층은 조성은씨의 제보와 '뉴스버스'의 보도에 기초하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손준성 검사를 통해 야당에 고발을 사주했다고 단정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윤 전 총장이 이 사건에 관련된 무엇이 드러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사주’가 사실로 입증되지 않는 한 윤석열을 가둬놓으려는 프레임이라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 반대로 국민의힘과 윤 전 총장 측에서는 박지원 국정원장이 조성은과 공모하여 꾸며낸 정치공작이라며 공수처에 고발장까지 냈다. 물론 박 원장이 보도를 전후한 시점에 조성은을 두 차례 만났으니 제보 문제에 대해 상의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에 대한 규명과 확인은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 하지만 박 원장이 처음부터 이러한 공작을 했다는 것 역시 아무것도 드러난 것 없는 프레임의 성격이 강하다. ‘윤석열 사주설’과 ‘박지원 공작설’은 상대를 공격하고 방어하기 위한 정치적 프레임일 뿐, 공수처와 검찰이 수사를 한들 입증할 무엇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프레임에 휘둘리지 않고 진실을 가려야 할 책임을 갖고 있는 것이 검찰이다. 진즉부터 검찰은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에 나섰다. 대검 감찰부가 진상조사를 계속한 지도 3주째가 되고 있다. 여기에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가 수사에 착수했다. 그런데 이미 대검 감찰부의 진상조사에 이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굳이 서울중앙지검까지 나서서 수사에 뛰어든 모습은 커다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하나의 사건을 갖고 세 곳에서 조사와 수사를 동시에 하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기에 윤석열을 겨냥한 ‘표적 수사’라는 시선이 따를 수밖에 없다. 중복수사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공수처가 수사를 하고 있지만 어떤 결론을 내릴지 알 수 없으니, 우리가 어떻게든 윤석열의 혐의를 밝혀내자는 김오수 검찰의 결기마저 읽혀진다. 그런데 이 사건과 관련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 4개 혐의 가운데 검찰의 직접 수사가 가능한 것은 선거법 위반 혐의밖에 없다. 그럼에도 아직 혐의 자체가 불분명한 선거법 위반이라는 하나의 고리만을 갖고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뛰어든 것은 그것을 구실로 사건 전체를 자신들의 잣대로 수사하겠다는 의도를 짐작하게 만든다. 그럴 것이면 대체 공수처는 무엇하러 만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 검찰이 어떤 결론을 내리든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따르게 되어 있는 점이다. 진상조사는 대검 한동수 감찰부장이 책임을 맡아서 진행했다. 한 부장은 지난해 윤석열 징계 과정에서 추미애 장관을 도우며 앞장섰던 인물이다. 서울중앙지검의 수사지휘라인에는 역시 윤석열 징계에 앞장섰던 이정현 대검 공공수사부장이 있다. 윤석열 징계에 앞장섰던 검사들에 의해 윤석열을 겨냥한 조사와 수사가 진행되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가 편파 논란에 휩싸이고 불신의 대상이 되곤 했던 과거 정권에서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셈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검찰이 정권에 의해 장악된 탓에 수많은 정치적 편파 수사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집권세력이 그렇게도 갈망했던 ‘검찰개혁’이 이루어졌다고 하는 지금, 다시 검찰의 편파 수사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과거가 되살아나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지켜보게 된다. 검찰의 수사에 대한 불신을 가져온 이런 ‘검찰개혁’은 대체 어떤 개혁이란 말인가. 검찰이 정권과 한몸이 되어 독립성을 잃었을 때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악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