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섭 칼럼] ​거리두기와 파고들기, 對中 투트랙 전략으로

2021-09-17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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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경제 발전 및 세계화를 위한 천재일우의 기회를 살리자

[주영섭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前 중소기업청장]


세계 경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저성장 뉴노멀, 코로나19 팬데믹, 기후 위기와 탄소중립,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광속의 기술 변화, MZ세대 중심의 세대 변화, 자본주의의 변화 등 속도·규모 및 범위에 있어 전대미문의 총체적 초변화는 한국 경제에 절체절명의 위기인 동시에 천재일우의 기회가 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세계 경제의 저성장 고착화로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국의 자국우선주의 및 보호무역주의 부상은 수출 주도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엄청난 위기로 작용하고 있는 동시에,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의 결과로 급가속되고 있는 탈중국화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은 한국 경제에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당면한 위기를 회피하고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먼저 이러한 경제 환경의 변화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1980년대부터 시장 중심의 신자유주의로 고성장을 구가해온 세계 경제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저성장으로 전환된 것이 초변화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 고착화로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일자리 제로섬' 상황에 봉착함에 따라 자국의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자국우선주의 및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미국 트럼프 정부 초기부터 일자리 전쟁으로 시작된 미국과 중국 간의 소위 G2 무역전쟁이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속되어 세계 정치, 경제 및 기술 패권을 건 G2 패권전쟁으로 발전하고 있다. 과거 세계 공장이라 불릴 만큼 중국을 중심으로 구축되었던 글로벌 공급망을 전면 재편하지 않고서는 일자리는 물론 기술, 경제 패권도 중국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제조경쟁력을 2025년까지 2015년 발표 당시의 미국·독일·일본 수준, 2035년까지 당시의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2045년까지 세계 최고의 제조강국을 만들겠다는 중국제조 2025 전략은 이러한 미국의 위기의식을 자극하여 중국 견제의 단초가 되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로 어려움을 겪으며, 글로벌 공급망을 과거 효율성 중심에서 향후 안정성 및 회복력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키워가고 있다. 이렇듯 미·중 갈등 및 패권전쟁과 코로나19 팬데믹이 진행되며 중국을 중심으로 구축되었던 글로벌 공급망이 탈중국화로 전면 개편되고 있다. 즉,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및 산업생태계가 분리되는 미·중 디커플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미·중 디커플링에 따른 탈중국화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은 우리 경제에 천재일우의 기회가 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역할이 대폭 축소되면서 그 공백을 한국이 메울 수 있는 기회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높은 대외의존도를 가진 우리 경제는 내수만으로 선진국 도약은 어렵고 글로벌 시장으로 수출을 확대하는 게 절대적으로 중요한데,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적 경쟁관계인 중국의 역할 축소로 우리 기업의 수출 및 글로벌화 확대를 위한 절호의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미·중 디커플링 추세에 대응하여 미국·유럽 등 서방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에서는 탈중국화 추세를 활용하고,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에서는 중국 시장 진출에 참여하는 투트랙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는 우리 기업의 투트랙 전략을 직간접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우선적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한 국가적 민·관 대응전략이 시급하다. 탈중국화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자국으로 유턴하는 리쇼어링(Re-shoring)이고, 다른 하나는 인접국이나 우방국으로 이동시키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이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리쇼어링에 대해서는 각국 정부의 강력한 유턴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 우리 기업들은 소재·부품·장비·엔지니어링 수출로 연결하고 일부 현지생산으로 현지 산업생태계 진입을 추진해야 한다. 니어쇼어링은 다양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어 이에 대한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일반 부품·봉제 등 노동집약적인 산업은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국가와 인도 등으로 이전되고 있는 반면, 정밀 부품이나 장비 등 기술집약적 산업은 기술 인프라가 약한 국가에는 어려움이 많아 한국·일본·대만에 기회가 커지고 있다. 니어쇼어링을 통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을 대폭 확대할 수 있는 전략적 대응이 시급하다. 특히, 높은 세율과 낙후된 노사문화 등 한국 이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문제의 조속한 개선을 통하여 한국 경제에 주어진 엄청난 기회를 잡아야 한다. 우리도 탈중국 글로벌 기업의 국내 유치를 위한 세제 혜택 등 강력한 유인책을 제시하고 노사정 대타협 등으로 부정적 노사 이미지를 속히 해소해야 한다.

아울러, 탈중국화에 따른 구매선 이동도 우리 기업에 큰 기회가 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주요국의 중국 구매가 탈중국화하면서 우리 기업으로 구매선이 바뀌는 추세가 커지고 있다. 최근 우리 수출의 호조는 포스트 코로나 수요 회복 및 대기수요 확대 영향도 있으나 주요국 구매선의 탈중국화에 따른 우리 기업의 수혜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미·중 갈등 및 디커플링의 영향과 함께 과거 가격 주도의 효율성 중심 구매가 코로나19 팬데믹 등 예기치 않은 충격으로부터의 안정성 및 회복성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을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

글로벌화는 구조적으로 우리 한국 경제의 숙명이자 활로이다. FTA 확대로 내수시장도 글로벌 시장의 일부가 되고 있다. 작금의 탈중국화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우리 경제의 글로벌화 확대를 위한 천재일우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수출기업 독식구조의 수출 전략에서 현지 기업과의 협업 및 합작을 통한 글로벌 동반성장 중심의 수출 전략으로 전환함으로써 저성장 고착화로 강해지고 있는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사실상 탈중국화라 할 수 있는 탈세계화를 국내 회귀로 오인하여 절호의 세계화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하는 일이 없길 기대한다.


주영섭 필자 주요 이력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산업공학박사 △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중소기업청장 △한국디지털혁신협회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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