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發 금소법 적용..."빅테크 죽이기? 살리는 길"

2021-09-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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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에 규제완화는 어려울 듯

[사진=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금융 플랫폼에 대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적용 사례를 발표한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발표 후 14일까지 카카오 주가는 5거래일 만에 19.5%, 네이버는 9.5% 빠졌다. 카카오페이는 상장 일정을 한 차례 더 연기할 전망이다.

이번 금소법 적용으로 업계는 "빅테크 죽이기"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빅테크를 범법자로 내몰지 않으려는 조치"라며 오히려 빅테크를 살리는 길이라는 입장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빅테크여도 금소법 적용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의미다. 혁신금융과 금융소비자 보호, 두 가치가 충돌할 때는 기존 금융회사와 마찬가지로 소비자 보호를 앞세우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카카오페이 P2P투자가 쏘아 올린 '중개' 판단
발단은 카카오페이의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투자 서비스였다.

카카오페이는 자사 앱에서 P2P 투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영위해 왔다. 이 서비스를 둘러싼 쟁점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이 시행된 지난해 8월 말 이후 발생했다. 온투법은 P2P 중개 업무를 P2P 업체의 '고유 업무'로 규정했다. 다른 회사에 중개를 위탁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이 지점에서 카카오페이의 P2P 투자 서비스가 '중개'인지, '광고'인지에 대한 해석이 갈렸다. 중개라면 온투법에 저촉되므로 카카오페이는 서비스를 중단해야 했다. 그러나 카카오페이는 단순 광고라고 주장하며 서비스를 접지 않았다.

중개 소지가 다분했지만 금융위원회도 이렇다 할 해석을 내놓지 못했다.

올해 3월25일 금소법이 시행되면서 해석의 여지가 생겼다. 금소법은 금융상품 판매 등의 '행위'를 규율하는 법이다. 구체적으론 금융상품 △직접 판매 △대리·중개 △자문 등 3가지 행위를 규율한다. 따라서 금융회사가 아닌 개인이더라도, 예컨대 대출모집인과 같이 상품 판매에 관여한다면 금소법 적용을 받는다.

금소법 시행으로 카카오페이의 P2P 투자 서비스가 3가지 판매 행위 가운데 대리·중개에 해당하는지 해석 받을 수 있게 됐다.

금융위의 최종 해석은 '중개'였다. 중개업을 하려면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자'로 등록해야 하지만 카카오페이는 미등록 상태였다. 등록하더라도 온투법과 상충돼 문제를 피할 수 없었다. 결국 카카오페이는 지난달 P2P 투자 서비스를 접었다.
 

[사진=카카오페이]

수수료 체계조차 중개 명목
서비스 중단은 금소법 계도 기한(9월24일)을 한 달 앞둔 시점에 단행됐다. 핀테크 업계는 해석이 너무 늦었다는 볼멘소리를 냈다.

그러나 금융권은 금소법 시행 후 5개월여 동안 위법 소지를 회사 측이 파악하지 못했거나, 파악하고도 시정하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금융위는 금소법 시행 한달 전인 2월18일 '금융소비자보호법 FAQ 답변(1차)' 자료를 내놨다. 여기서 금융위는 '권유 행위'가 있다면 대리·중개업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권유란 소비자가 특정 상품에 청약의사를 표시하도록 '유인'하는 행위라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한 달 뒤인 3월17일 금융위는 FAQ 2차 답변 자료를 통해 비대면, 즉 온라인 금융 플랫폼의 영업행위가 중개인지 광고인지 가를 수 있는 보다 명확한 지침을 발표했다.

우선 '상품 추천·설명'과 함께 금융상품판매업자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중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상품 추천·설명이 없는 광고로 판매업자에 연결하면 '광고'지만, 이 광고에 더해 '청약서류 작성·제출' 기능을 지원하면 중개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이달 7일 발표 자료에서 카카오페이의 이 서비스를 중개로 해석한 배경을 설명했는데, 지난 2월과 3월 발표 자료를 통해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해석이었다. 카카오페이는 △'허락한' P2P업체의 상품만 자사 앱에 입점시키고 △실제 계약은 자사 앱에서 체결하도록 구성했다. 이 때문에 금융상품 판매에 적극 '관여'하고 있다고 금융위는 판단했다.

무엇보다 수수료 체계가 광고 명목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카카오페이는 P2P 업체로부터 자사 앱을 거쳐 체결된 계약건수 또는 계약금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 건별로, 즉 중개가 이뤄질 때마다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사실상 중개수수료나 다름없었다.

수수료 체계는 P2P 투자 서비스가 중개인지 광고인지를 판별할 수 있는 주요 쟁점 중 하나였으나, 카카오페이는 그간 제휴 업체 간 비밀이라며 밝히지 않았었다.
 
IPO 신고서에 '중개' 적시..."범법자 만들 순 없잖나"
카카오페이의 P2P 투자 서비스를 계기로 금융위는 온라인 금융 플랫폼의 모든 영업 행위를 들여다봤다. 그 결과 사실상 대부분 서비스가 중개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대출과 카드 모집·비교 서비스는 대리·중개업자로 등록하면 돼 문제 될 게 없다.

문제는 투자성 상품과 보장성 상품이다. 투자성 상품은 플랫폼 회사가 대리·중개업자로 등록하더라도 중개할 수 없다. 자본시장법상 투자권유대행인 등록은 '개인'만 허용하기 때문에 법인인 플랫폼 회사는 투자상품 중개업자로 등록 자체가 불가능하다.

보험의 경우 현행 보험업법 시행령상 플랫폼 회사와 같은 전자금융업자는 보험대리점 등록이 제한돼 보험 중개나 자문을 할 수 없다.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나 연내 개정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카카오페이는 각종 보험 서비스를 중단했다. 당장 수익 모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수수료 수익 창출에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이번 금소법 해석에 따른 충격은 사실상 이 지점에서 발생했다.

금소법 계도기간 만료를 2주일가량 앞두고 이러한 해석을 내놓자, 업계는 "빅테크 죽이기"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당국은 "빅테크를 살리는 길"이라고 항변한다.

지난 9일 금융위는 온라인 금융 플랫폼을 운영하는 핀테크사 13곳과 금소법 설명회를 한 직후 기자들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진행했다. 공개 브리핑 후 추가로 진행된 비공개 백브리핑에서 빅테크에 가혹한 규제 아니냐는 기자들 질의에 금융위 관계자는 "빅테크를 범법자로 만들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카오페이는 지난 7월 초 IPO(기업공개) 증권신고서에 P2P 투자 서비스를 '투자중개'로 소개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카카오페이는 P2P 투자뿐 아니라 보험 서비스도 '중개'로 적시했다. P2P 투자는 중개가 원천 불가능하고, 보험 중개는 현재 할 수 없는 서비스다.

그는 "계도 기간에 보도 참고자료와 간담회 등 수차례에 걸쳐 설명했으나 시정하지 않다가 하반기 들어 문제가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고도 설명했다.
 
"소비자 혼란·피해 해석은 비약...대체 창구 많아"
핀테크 업계는 또 이번 조치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는 이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보험과 투자 서비스인데, 이들 플랫폼을 대체할 수 있는 창구는 매우 많다"며 "온라인 플랫폼 회사 몇 개가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비약"이라고 설명했다.

또 "보험은 일생에서 하는 금융 거래 중 가장 적게 하는 상품일 것"이라며 "하지만 가입 기간 등을 고려하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 미등록 업자를 통해 '손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일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성 상품도 현재 개별법(자본시장법)상 법인은 투자권유 대행 업무를 할 수 없도록 규정했는데, 불완전 판매 요인이 크기 때문에 규제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오히려 이러한 영업 행위를 적절히 규제함으로써 소비자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위는 지난 9일 보도참고 자료에서 "온라인 채널은 여러 금융상품 판매채널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혁신을 추구하더라도 금융규제와 감독으로부터 예외를 적용받기보다는 금융소비자보호 및 건전한 시장질서 유지를 위해 함께 노력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한 번 더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는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줄곧 강조하고 있는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과 일맥상통한다. 동일한 기능(영업 행위)에 대해선 기존 금융권이나 핀테크 회사 모두 동일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최소한 금융소비자 보호, 즉 금소법 상에서는 핀테크가 금융혁신이라는 명목으로 규제 대상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의미다.

고 위원장은 그러나 금융 혁신 정책은 그대로 이어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간 핀테크 업계에 느슨한 규제를 적용했다면, 앞으로는 기존 금융권에도 개별 업권법이 허용하는 한 동일한 규제 완화를 적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핀테크 업계에만 특별한 규제 완화를 해주진 않을 것이란 해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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