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북핵수석대표들이 14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위해 대화와 외교가 시급하다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북한에 적대적인 의도가 없다"고 거듭 강조한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북한의 비핵화 진전과 상관없이 인도적 지원을 위해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일본 도쿄를 방문 중인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한·미·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연이어 진행했다.
이번 한·미·일 북핵 협의는 지난 6월 21일 서울에서 회동한 이후 3개월 만이다. 한·미·일 3국은 이번 양·다자 협의 시 최근 한반도 상황을 감안, 안정적 상황 관리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조기 재가동을 위한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특히 한·미 대표들은 양국 공동의 대북 인도적 협력 사업 및 북한과의 신뢰구축 조치 등 북한을 관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해 구체적 협의를 가졌다. 또 북한의 미사일 개발 추진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한 향후 대응 방안도 논의했다.
◆ 성김 "비핵화 진전 상관없이 北과 협력할 준비...인도적 지원 지지"
김 특별대표는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비핵화 진전과 상관없이 인도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북한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은 접근성과 모니터링에 대한 국제기준을 충족한다면 가장 취약한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지지한다. 우리는 또 특정 남북 간 인도적 협력 프로젝트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전쟁에서 실종된 미군 유해 수습을 위한 협력을 재개하기를 희망한다"며 "우리는 의미 있는 신뢰 구축 조치를 모색하는 데도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노 본부장도 "한·미는 공동의 대북 인도적 협력 사업과 관련 최근 일련의 협의를 통해 상당한 진전을 이룬 바 있다"며 "한·미는 북한이 호응할 경우 즉시 북한과 협력할 수 있도록 사전준비를 갖춰 놓는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한·미는 북한과의 신뢰구축 조치에 북한이 관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했다"면서 "한·미 공동의 대화 노력에 대한 북측의 호응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양측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관계 없이 인도적 지원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구체적인 지원 방안에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오는 21일 미국에서 개최되는 유엔총회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에 대한 지원 방안이 공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외교부는 "앞으로도 한·미·일 3국은 북한과의 조속한 대화 재개를 통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北순항미사일 언급 피한 韓·美..."입장 변하지 않아"
이날 한·미는 북한의 신형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 특별대표는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최근 북한 상황은 동맹국 간 긴밀한 의사소통과 협력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고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백악관도 이날 북한의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발사 이후에도 미국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백악관 발언록에 따르면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수석부대변인은 북한 미사일 관련, "알다시피 북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북한과의 외교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제안은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우리의 외교적 노력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미국 정부의 입장은 이날 한·미·일 북핵 수석 대표들이 일본 도쿄에서 양자 및 3자 회담을 갖고 북한 비핵화 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다만, 후나코시 국장은 "한미일 협력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처하는데 있어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북한의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는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1~12일 이틀 간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 미사일이 북한 영토와 영해 상공을 2시간여 비행해 "1500㎞ 거리에 있는 목표물에 명중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시점을 두고 한·미·일 북핵협의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