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원짜리 전세가 5억5000만원이 됐는데 남은 1년 동안 아무리 노력을 해도 2억5000만원이 나올 구멍이 없습니다. 결혼하고 20년 동안 큰 싸움 한 번 없던 부부가 요즘 매일 싸우고 있습니다. '집을 사지 말라'는 정부의 말을 믿은 대가입니다."(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전세 매물이 사라지고, 가격이 치솟으면서 실수요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전세대출도 규제 사정권에 들면서 시장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 됐다.
이는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 공급 부족이 만성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세를 찾는 수요는 꾸준한데 이들을 받아줄 전셋집이 턱없이 부족해 가격이 계속 뛰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9510가구에 달하는 '헬리오시티'는 3년 전만 해도 전세금이 최저 4억원대에 형성됐던 단지였다. 하지만 임대차법 여파로 전세보증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일 전용면적 84㎡의 전셋값은 12억원으로, 3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올랐다.
이마저도 계약을 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서울에서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하고 전세난이 심해지면서 반전세 등 월세를 낀 임대차 거래가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 보유세를 회피하기 위해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한 영향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서울의 아파트 임대차 계약은 총 1만2567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전세를 제외한 월세·준월세·준전세 계약은 4954건(39.4%)에 달했다.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치다.
전달(35.5%) 대비 3.9% 포인트 올랐고, 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해 7월(27.4%)과 비교하면 12.0% 포인트 급등했다.
헬리오시티에서 지난달 계약 신고가 이뤄진 임대차 거래 45건 중 월세를 낀 거래가 절반에 육박하는 21건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보증금 1억원, 월세 250만원' 수준에서 거래되던 전용 84㎡는 현재 '보증금 1억원, 월세 350만원'에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전세 시장에 숨통을 트이게 해줄 입주 물량도 기대하긴 힘들다. 이달부터 11월까지 서울 아파트 신규 입주는 6304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7740가구)보다 18.5% 적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임대차법 등의 영향으로 매물이 줄어드니 전셋값은 뛸 수밖에 없다"며 "전셋값만 안 오른다면 전세로 살고 싶어하던 사람들도 내 집 마련에 내몰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