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 9.11과 20년의 전쟁 ..앞으로 20년 무슨 일이 일어날까

2021-09-12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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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가 전쟁과 물리(physics)의 세기였다면, 아마 21세기는 테러와 가상(cyber)의 세기로 기록될 것 같다. 기대와 흥분으로 맞이한 뉴 밀레니엄 2000년을 지나 21세기에 돌입한 2001년, 그 해 9월 11일에 터진 뉴욕 동시테러 사건은 세계를 전율과 공포로 몰아 넣었다. 미국은 테러범을 쫓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고, 그 지역 지배자인 탈레반은 축출됐다. 꼭 20년 후인 2021년 8월 31일 미국은 탈레반에 밀려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포스트 9·11은 이렇게 끝났다.

미군이 패퇴하기 불과 며칠 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공항에서 발생한 이슬람국가의 자살폭탄 테러에 미국은 드론(무인소형기) 공격으로 용의자를 제거했다. 지난 7월 23일 도쿄 올림픽 개막식의 밤하늘을 장식했던 미 인텔사의 드론은 세계인을 하나로 묶은 평화의 대명사였으나 이번 드론은 보복의 상징이다. 지난 8월 31일 아프가니스탄에서 실권을 장악한 이슬람 원리주의세력인 탈레반의 보도관은 “최후의 미군병사가 공항을 떠났다. 나라는 완전히 자유 독립하게 됐다”며 트위터로 승리선언을 했다.

미국에서 탄생한 트위터는 서방에선 민주주의 얼굴의 일부지만, 탈레반에선 프로파간다의 수단이다. 옛 탈레반 정권(1996~2001년)은 인터넷 이용을 금지했지만 지금은 보도관이 SNS(사회관계망)로 융화노선을 연출하고 있다. 영어를 구사하는 이 보도관의 팔로어 수는 44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 20년은 격변의 시기였다. 외교 전문가들은 지난 20년의 세계 변화가 대부분 동시 테러 사건에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경기 부양을 노린 미국의 금융 완화는 주택 붐을 거쳐 2008년의 리먼 쇼크로의 흐름을 만들었다. 해외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로 전선이 확대되어 오늘날의 아프간 혼란을 낳았다. 미국의 전쟁비용 증가는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의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에 앞서 2001년 12월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다. 중국은 이를 계기로 자본재에 적극 투자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게 된다. 리먼쇼크 이후의 세계 경제를 이끈 것은 중국이다. 미·중 갈등의 싹이 자랄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 포럼) 은 시대의 흐름을 매년 1월말에 열리는 총회의 어젠다로 세계에 전한다. 2001년엔 글로벌 미래의 프레임 워크를 위한 ‘지속성장과 격차해소’를 어젠다로 내세웠다. 이는 세계적인 IT(정보통신기술) 버블의 붕괴 이후라는 시점과 맞물린다. 9·11 사건 다음해인 2002년은 공유된 미래를 위한 비전으로서 ‘취약한 시기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후 2004년 ‘안전과 번영을 위한 동반’ , 2008년 ‘협력적 이노베이션의 파워’, 2010년에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응한 ‘ 재검토, 재설계, 재구축’을 선언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일본 대지진(후쿠시마 지진) 이 발생하기 두달 전의 다보스 어젠다는 ‘새로운 현실을 위한 공유된 규범’이었다. 2012년 ‘대전환과 뉴 모델 형성’을 거쳐 경기회복 기대가 팽배한 2013년에는 ‘강인한 다이내미즘’을 들고 나왔다.

이때쯤 독일과 미국에서는 ‘인더스트리 4.0’으로 상징되는 제조업과 IT가 결합하는 새로운 기업·산업모델이 경영현장에서 등장하기 시작한다. 2016년 1월 다보스 포럼은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 라는 획기적인 어젠다를 선포한다. 2017년은 미국의 트럼프정권을 겨냥한 ‘깨진 세계에서 공유된 미래를 만들기’라는 다분히 정치적인 어젠다를 설정했다.  2019년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지구 설계를 하는 글로벌라이제이션 4.0’ 으로 2016년 어젠다를 한층 진화시켰다. 2020년에는 ‘결집되고 지속가능한 세계를 위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로 기업과 시장의 달라진 역할을 강조했다.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의 와중에 온라인으로 공개된 2021년 어젠다는 ‘더 그레이트 리셋(The Great Reset)’이다. 팬데믹은 경제의 세계화를 후퇴시키고 디지털화를 진행하며 격차를 벌리고 있다. 서플라이 체인(supply-chain) 문제로, 제조업의 본국 회귀도 진행된다. 겉보기에 실업률은 줄어도 항구적 실업은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화가 진행되면 첨단기업과 데이터를 중시하는 기업이 성장한다. 이른바 기술주 상승이다.경기는 나빠도 저금리는 자산가격을 올린다. 이리하여 금융경제와 실물경제의 괴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년간의 대변화를 촉발한 것은 테러였지만 이를 선도하고 이끈 것은 기술이다. 50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경제포럼(WEF)의 다보스포럼에서 기술진보를 기반으로한 어젠다가 집중적으로 쏟아진 시기다. 이는 미국의 이른바 테크기업(글로벌 IT기업) 의 성장사와도 궤를 같이한다.

IT 제1세대인 마이크로 소프트(1975년 설립)와 애플(1976년) 과 2세대인 아마존닷컴(1994년) , 구글(알파벳 자회사, 1998년)이 지난 20년 사이에 지수함수적 성장을 했다. 그 뒤를 이어 페이스북(2004년)과 트위터(2006년)가 등장했고, 2005년 설립된 세계 최대 비디오 플랫폼인 유튜브는 2006년 구글에 인수됐다. 이후 인스타그램( 2010년 설립, 2012년 페이스북에 인수)과 비영리 메신저인 텔레그램(2013년) 이 등장했다. 2011년에 출발한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즈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급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테크기업들이 성장한 결정적인 이유로 두 가지를 꼽고 있다. 고속대용량 통신기술의 혁신을 배경으로 인터넷 인구가 증가한 것이다. 9·11테러 이후에도 세계화는 한층 진전됐다.

특히 애플의 역할은 지대했다. 2007년의 스마트폰 출시가 결정타가 됐다. 애플은 중국의 WTO 가입에 힘입어 중국을 중심으로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을 세계로 펼쳤다. 2001년에 운용이 시작된 통신 규격 '3G'를 선도하고 2007년 '아이폰'을 내놓는다. 아이폰의 공급망은 부품의 전체 이동 거리를 재면 달과 지구를 7번 왕복하는 길이에 필적한다고 한다.

중국은 애플의 공급망 확대에 편승하여 자본재로부터 소비재까지 모든 상품을 자국에서 생산할 수 있는 힘을 길렀다. 이는 선진국의 수출력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중국을 들여다보자. 과거 20년 중국이 성취한 최고 위업은 기술 기업의 대두이다.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e-커머스)는 아마존의 두 배, 텐센트 앱은 전 세계 12억명의 사용자를 가지고 있다. 중국의 기술혁명은 국내 기업을 AI(인공지능) 등 새 분야로 가는 길을 열었고, 미국의 패권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20년 전만 해도 실리콘밸리는 알리바바를 흉내 기업으로 여겼다. 지금은 73개 디지털 기업이 100억 달러를 넘는 시장가치를 갖고 있다. 그 대부분은 서방 투자가와 외국에서 교육받은 임원에 의한 것이다. 유니콘 기업 160개사의 절반은 AI, 데이터, 로봇 관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불리는 2008년 리먼 쇼크의 전후로 나타난 세계 주요기업의 주식시가총액 랭킹을 보면 심한 부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리먼 쇼크전 (2005년 말)은 제조업, 자원 , 금융 등 ‘리얼 이코노미’가 상위를 차지했다. 상위 10위는 GE, 엑슨 모빌, 마이크로 소프트, 시티 그룹, BP, 프록터 앤 갬블, 월 마트, 도요타 자동차, 뱅크 오브 아메리카, HSBC(영국) 순이었다. 그러나 리먼 쇼크 후(2018년 7월말) 에는 GAFA가 상위를 독점하는 완연한 ‘버추얼 이코노미’의 시대를 보여준다. 상위 10위는 애플, 아마존, 알파벳(구글),마이크로 소프트, 페이스 북, 벅셔 해서웨이, 알리바바(중국), 텐센트(중국), JP모건체이스, 존슨 앤 존슨의 순이다. 그 규모도 2005년 GE가 3715억 달러인데 비해 2018년 애플은 9조3530억 달러에 이른다.

20세기의 IT혁명(클린턴 시대 1995~2000년) 은 인터넷 탄생, 윈도 95, 휴대폰 보급이 핵심이었다. 하드중심 기업이 선도했다. 그 반동기로서 부시정권(2001~2006년) 은 하이테크(IT) 버블과 조정기에 해당한다. 엔론,GE,엑슨 등 올드 이코노미의 복권이 뚜렷했다. 이어 21세기 IT혁명(오바마 정권, 2007~2018년) 에서는 i폰 등장, SNS, 배신서비스, AI, 빅데이터, 5G등이 주류를 이룬다. GAFA와 알리바바, 텐센트 등 소프트기업이 중심이다. 트럼프 정권 이후 (2019~ )는 중국 매출 급락에 의한 애플쇼크와 함께 국내제조로 회귀하는 분위기가 나타나면서 지금은 다시 조정기에 진입하는 모습이다.

‘2001~2021년’ 기술의 시대다. 스마트폰과 유튜브의 대중화로 상징되는 소비자 서비스의 전성기다. 줌 회의, 메타버스, 공유경제(차량,오피스 등) 서브스크립션(정기구독) ,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원격의료 등등 쉴새없이 많은 기술 서비스들이 폭주한다. IT를 기반으로 한 제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 되면서 인간의 능력과 AI 능력이 역전되는 2040년경 싱큘래리티(기술적 특이점)를 향한다. 2050년 ‘지구인구 100억명, 수명 100세 시대’를 예측하는 보고서도 현실감을 높여가고 있다.

포스트 9·11 다음의 20년은 어떻게 변할까. 기술사회의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서로 맞선다. 세계는 지금 경제의 분단, 인종의 분단, 정치의 분단, 세대의 분단 등 4개의 분단시대 속에 있다. 2001년 9·11테러는 냉전 종식 후 유일 패권국인 미국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세계화한 세계에 대한 도전이었다. 이때 생겨난 기술은 그 상처를 치유하고 지구를 살렸지만 새로운 격차와 분단을 몰고 오는 것은 아닌가.

이러한 새로운 격차와 분단을 해결하는 해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의 지적은 3가지로 요약된다. 전문가들의 지적은 3가지로 요약된다. 사회적 과제 해결과 인간중심 사회의 실현 지식집약형 가치 창조, 사이버 세계와 피지컬 세계의 고도의 융합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도 이제 이러한 사회의 요청과 비전을 받아들여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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