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과 현대미술의 만남...덕수궁에 펼쳐진 ‘상상의 정원’

2021-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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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8일까지 권혜원 작가 등 9팀 참여

권혜원 작가, ‘나무를 상상하는 방법‘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덕수궁과 현대미술이 만났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는 ‘덕수궁 프로젝트 2021: 상상의 정원’을 오는 11월 28일까지 서울 중구 덕수궁 야외에서 개최한다.
2012·2017·2019년에 이어 올해 네 번째로 개최되는 ‘덕수궁 프로젝트’에는 다양한 분야와 세대의 작가 9팀이 참여해 ‘정원’을 매개로 덕수궁의 역사를 돌아보고 동시대 정원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생각한다.

권혜원 작가의 영상작업은 몇백년 전부터 미래에 이르기까지 덕수궁 터에서 정원을 가꾼 5인의 가상의 정원사를 상상하며 각기 다른 시대를 보낸 정원사들의 대화를 통해 인간과 공존해온 식물들을 낯선 방식으로 보여준다.

폐목을 재생시킨 윤석남 작가는 극히 소수만 접근 가능했던 궁궐이 개방된 공공장소로 변화한 것을 중요한 사건으로 보고 이름 없는 조선 여성들의 얼굴과 몸을 명쾌한 윤곽선과 밝은색으로 그려, 덕수궁에서 새로운 시대를 마주한 그들의 의지와 기대를 담아낸다.

김명범 작가는 전통적으로 장생불사(長生不死) 중 하나로 간주한 사슴을 스테인리스 스틸로 주조해 즉조당 앞에 놓인 세 개의 괴석과 함께 배치했다. 이질적인 동물(몸체)과 식물(뿔)이 신비롭게 합체된 사슴은 낯설고 환상적인 느낌을 배가시켜 주변 풍경을 새롭게 발견하게 한다.

중요 무형문화재 제124호(궁중채화) 황수로는 일제강점에 의해 맥이 끊긴 ‘채화’(彩華) 문화를 되살렸다. 비단·모시·밀랍·송화 등으로 만든 채화에는 왕조의 불멸을 염원해 만들어진 시들지 않는 꽃으로 생명존중 사상이 담겨있다.

만화 영화가(애니메이터) 이용배와 조경학자 성종상은 근대적인 대한제국을 꿈꿨으나 외세에 의해 좌절되는 격변의 시대를 살았던 고종의 굴곡 많은 삶을 되돌아보면서 자유롭지 못했던 그를 위한 혹은 그가 상상했을 정원(意園)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식물학자이자 식물 세밀화가인 신혜우는 서양의 여러 외래식물이 국내로 반입되던 근대기 대한제국 황실 전속 식물학자를 상상하며 봄부터 덕수궁 내 식물을 채집, 조사하고 여기에 담긴 이야기를 표본과 세밀화 등으로 풀어낸다.

미디어 아티스트 이예승은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덕수궁에 21세기 가상의 정원을 만든다. 관람객이 덕수궁 곳곳에 부착된 정보 무늬(QR코드)를 휴대전화 등으로 읽으면 덕수궁 정원 혹은 조선 후기 의원 문화와 관련된 이미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박혜성 학예연구사는 “문화재를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두고 전시를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윤석남 작가, ‘눈물이 비처럼, 빛처럼_1930년대 어느 봄날‘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황수로 작가, ‘홍도화‘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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