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디즈니+)'가 한국 공식 진출일을 확정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격전지가 될 국내 콘텐츠 시장은 활기를 띨 전망이지만, 토종 OTT의 생존 전략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8일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는 디즈니+를 오는 11월 12일 한국 시장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OTT 시장의 압도적 1위 사업자는 넷플릭스다.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의 앱 사용자 수 분석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 동안 910만명이 넷플릭스를 이용했다. 다음으로 웨이브가 319만명, 티빙이 278만명을 기록해 각각 2, 3위에 올랐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세대)를 중심으로 다중 접속 계정(멀티프로필)을 활용해 여러 OTT를 동시에 구독하는 행태가 나타나는 만큼 디즈니+ 진출로 당장은 넷플릭스 이용자 이탈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내 OTT 업체들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디즈니는 최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미디어 플랫폼에 콘텐츠 공급을 중단했다.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IPTV 3사와 웨이브, 시즌, U+모바일tv, 티빙 등 OTT에서 지난달 31일을 끝으로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중단했다. 당장 해외 콘텐츠 공백을 메우는 과제가 급선무다.
장기적으로 국내 OTT의 콘텐츠 수급은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글로벌 OTT는 한국 시장을 아시아 콘텐츠 첨병 기지로 보고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올해 콘텐츠 투자 예산은 약 190억 달러(약 22조원)로 알려졌다. 한국에만 5500억원을 투자하고, 이례적으로 국내 스튜디오까지 확보했다. 디즈니+는 2024년까지 오리지널 콘텐츠에 매년 25억 달러(약 2조9120억원)를 투자한다. 한국 시장 투자 계획은 알려진 바 없으나, 스튜디오앤뉴에 660억원을 투자해 향후 5년간 매년 1편 이상의 콘텐츠를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에서는 CJ ENM이 향후 5년간 5조원, 콘텐츠 웨이브가 2025년까지 1조원, KT가 2023년까지 4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대규모 투자에 나섰지만 글로벌 OTT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콘텐츠 제작 시장은 활기를 띨 전망이나 토종 OTT의 표정은 어둡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디즈니+의 경쟁 합류로 국내 콘텐츠 투자가 활성화하고 시장 규모가 성장할 전망이나, 콘텐츠 제작 시장 소위 '풀부킹' 상태가 돼 국내 플랫폼은 제작·수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투자 규모에 한계가 있겠지만, 투자를 늘리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릴 처지에 처한다"며 "현실적으로 일반적인 콘텐츠로는 글로벌 OTT와 경쟁에 한계가 있다. 애니메이션에 특화한 '라프텔'처럼 차별화된 전략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