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쌍용차, 자금 조달 가능한 그룹은?

2021-09-07 18:00
  • 글자크기 설정
쌍용차 입찰이 1주일 내로 다가왔다. 법원의 공개매각으로는 이례적으로 조 단위 딜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이 주요 인수 후보들의 자금조달력으로 쏠리고 있다.
 

[그래픽 = 아주경제]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과 매각주간사 EY한영 회계법인은 15일 쌍용차 인수에 관한 예비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회생 계획 인가 전 M&A 절차이며, 예상 인수가격은 청산가치인 98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관전 포인트는 인수 이후 쌍용차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지 여부다. 이를 위해서 선행돼야 할 부분은 자금조달력이다. 인도의 마힌드라 그룹 등이 보유한 쌍용차 구주 가치는 사실상 제로이기에 구주 인수 부담은 없다. 하지만 선순위 채권인 공익 채권이 약 3000억원에 달한다. 인수 대금이 들어온다면 체불임금·퇴직금 등 공익채권을 우선 변제해야 한다.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에서 빌린 금융채무도 갚아야 하지만 KG동부제철과 같은 사례를 볼 때 금융채무를 즉시 갚을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유력 인수후보가 추려진다면 산업은행과 차입금 상환에 관한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면서 "최근 분위기를 감안하면 한 번에 상환이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라고 말했다. 이어 "쌍용차 자체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산업은행도 협의에 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계 기업인 쌍용차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선 많은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 쌍용차를 감사한 삼정회계법인은 계속기업의 가정이 불확실하다는 것을 근거로 비적정 의견 중 하나인 '의견거절'을 감사의견으로 제시했다. 삼정회계법인은 "연결실체(쌍용차)의 연결재무제표 작성에 전제가 된 계속기업가정의 타당성에 대해 유의적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회생계획 인가 전 M&A 및 인가 후 회생계획안의 이행을 포함한 경영개선 계획 등 자구계획의 실현 여부에 좌우되는 중요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후 순위 투자 비율도 통상적인 경우보다 높을 전망이다. M&A 과정에서 인수자들은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우는데 이때 채권단의 자금은 선순위를, 자기 자본은 후순위를 구성한다. 인수금융 역시 주택담보대출처럼 담보대출비율(LTV)이 중요한데, 비율은 피인수기업과 인수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달라진다. 쌍용차는 회생 기업이기에 인수금융 비중이 높긴 어렵다. 통상적으로 금융사는 기업가치의 최대 60%까지 인수금융을 제공하곤 하지만 이번 쌍용차 인수 시에는 40%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IB 업계 관계자는 "전환사채(CB)와 같은 중순위와 순수 지분 투자인 후순위 비율이 상당히 높아져야 인수금융단이 들어갈 것"이라면서 "중순위와 후순위 비율이 60% 수준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인수기업들도 자금부담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리하자면 인수 당시 현금 유출은 공익채권 상환 수준에 그치지만 쌍용차의 사업 정상화를 위해 투입돼야 할 자금도 많고 그 조달 재원은 쌍용차가 아닌 자체 자금 비중이 높아야 하기에 자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

현재 인수 후보 중에서는 SM그룹과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 정도만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M그룹은 △해운사인 SM상선과 대한해운 △경남아너스빌 브랜드를 갖고 있는 건설사 경남기업 △아이유쉘이란 브랜드를 갖고 있는 우방 △신용정보 전문업체인 SM신용정보 등을 보유한 재계순위 30위권 그룹사다.

SM그룹은 승승장구 중이다. 지난해 코로나19가 강타했음에도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2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효자 기업은 SM상선이었다. 연결 기준 2018년, 2019년 각각 374억원, 28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SM상선은 지난해 138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턴어라운드했다. 지난해 최초로 연결 기준 조 단위의 매출을 내기도 했다. 올해 SM그룹을 둘러싼 분위기도 좋다. SM 그룹이 영위하는 건설사, 해운사, 금융사 등은 코로나19 악재에도 산업 환경이 더욱 우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향후 산업 전망은 기업의 자금 조달 시 주요 검증 요인이다.

에디슨모터스는 SM그룹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규모가 작다. 하지만 에디슨모터의 옆에는 키스톤 PE와 KCGI 등 사모펀드 운용사(PEF)가 있다. 현상순 아시아경제 회장이 이끄는 키스톤 PE는 꾸준한 실적(트랙레코드)을 쌓아온 중견 사모펀드다. 또한 KCGI는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펀드로 한진그룹을 적대적 M&A 방식으로 인수를 시도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경험 측면에서도 양 후보는 다른 후보들보다 한발 앞선다. 양 후보 모두 부실기업 인수로 톡톡히 재미를 본 기업들이라 인수 노하우가 상당하다. SM그룹은 우방, 대한해운, 경남기업, 신촌역사 등이 부실해질 때 싼값에 인수를 했던 이력이 있다. 또한 키스톤 PE 역시 대우해양조선 자회사인 디섹, 대우조선해양건설 등을 인수한 바 있다.

회생 업계 관계자는 "양 후보 모두 부실 기업을 인수한 경험이 많다"면서 "경쟁은 붙겠지만, 그간 행보를 볼 때 인수 가격이 높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