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여성을 연쇄 살인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 사건’을 계기로 지나친 가해자 인권 옹호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7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뒤늦게 강윤성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재범 방지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경찰 초동대치 미흡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경찰은 ‘전자발찌 연쇄살인범’ 강윤성이 지난 8월 27일 오후 5시37분쯤 강씨가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는 법무부의 신고 전화를 받았다. 이후 팩스를 통해 강윤성 인적사항과 거주지, 죄명(특수강제추행) 등을 전달받았다. 전과와 성범죄 이력은 받지 못했다.
특히 경찰은 강윤성 거주지를 파악했음에도 체포영장과 수색영장이 없어 집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당시 강윤성 집 안에는 피해자 시신이 있었다.
근본적 문제는 경찰은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제4호에 있다. 해당 법령에서 경찰은 '치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에 의거해 정보활동을 하고 있다. 법조계는 정보경찰이 실제 수집하고 있는 '정책정보'와 '치안정보'는 경찰의 권한인 '범죄수사'와 '위험 방지'를 위한 정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현행법상 송파 전자발찌 연쇄 살인 사건에서 경찰이 강윤성 주거를 임의로 수색하거나 침입했을 경우, 경찰법이 허용하는 한계를 위반해 적극적 초동조치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창룡 경찰청장은 경찰관직무집행법상 면책규정 신설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골자는 범죄의 예방·진압 등 법이 보장한 직무를 수행하다 불기피하게 타인을 사상에 이르게 했을 때,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경찰관의 형사책임을 감경하고 면제해달라는 것이다.
◆칼 들고 덤비는데 정당방위 아니다
전문가들은 경찰관직무집행법상 면책규정 신설 필요성과 함께 가해자 인권 옹호 정책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되는 현행 '정당방위' 성립 기준을 일정 부분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경찰수사 단계에서 정당방위로 판단하는 8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방위행위여야 함 △도발하지 않아야 함 △먼저 폭력을 행사하지 않아야 함 △가해자보다 더 심한 폭력을 행사하지 않아야 함 △상대가 때리는 것을 그친 뒤에 폭력을 행사하지 않아야 함 △상대의 피해 정도가 본인보다 심하지 않아야 함 △전치 3주 이상의 상해를 입히지 않아야 함 등이다.
대법원은 집에 침입해온 도둑을 빨래 건조대로 때렸다가 도둑이 뇌사상태에 빠져서 사망하는 사례에서 "제압이 완료된 상태에서 도둑을 더욱 가격했다"라며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고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서 혀가 잘려나가는 상해를 입힌 사례에서도 법원은 정당방위를 부정해 징역형을 선고했다. 해당 여성은 판결 선고 56년 만에 정당방위를 인정해달라는 재심을 선고했지만 이 또한 최근 기각됐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강윤성 사건을 통해 "국가가 강제권을 전혀 집행하지 않는 호사스러운 인권 옹호적 정책으로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있다"며 "범죄자 인권 얘기할 때마다 제가 언제나 반론으로 제기하고 싶은 게, 피해자 인권은 도대체 왜 보호를 못해주는 건지 해명을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