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막히고 금리 인상까지…실수요자 ‘이중고’에 시름

2021-09-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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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움직임에 발맞춰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전세자금대출 금리 인상 및 취급 축소에 나서고 있다. 가뜩이나 집값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이사철을 맞아 덩달아 뛴 전세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실수요자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전세자금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 쓰이는 가산금리를 0.2%포인트 인상했다. 이번 인상에 따라 해당 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지난 3일 기준 연 2.77~3.87%에서 연 2.97~4.07%로 상향됐다. 그만큼 차주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부담이 커지게 된 것이다.
KB국민은행도 지난 3일부터 신규 코픽스(COFIX) 기준으로 6개월마다 금리가 변동되는 전세자금대출 우대금리를 0.15%포인트 축소했다. 이에 따라 이전에 연 2.65∼4.15% 범위였던 주택담보대출 금리(대출기간 5년 이상·아파트·신용 1등급)가 연 2.80∼4.30%로 인상됐다. 여타 은행 역시 늦어도 다음달 중으로 전세자금 관련 대출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관계자는 “최근 시중은행들의 대출규제에 따른 풍선 효과로 대출 증가세가 확대됨에 따라 가계대출 적정 관리를 위해 전세대출 우대금리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수요자들의 시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일부 은행의 경우 전세대출 취급을 아예 중단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자금 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협은행과 농·축협 등 일부 상호금융기관은 지난달 24일부터 신규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일체 하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전세대출 취급을 잠시 중단했다 이달부터 재개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과 별개로 차주들의 전세대출 수요 및 비용 부담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98조8149억원으로 작년 말과 비교해 4.28%(28조6610억원) 늘었다. 이 기간 중 전세대출 규모는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의 절반을 넘는 14조7000억원가량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세가격 오름세도 계속되고 있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 전셋값 상승률은 1.03%로 올 들어 처음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급격하게 뛴 주택가격에 매매 대신 전세매물로 눈길을 돌린 무주택 수요자들이 많아진 데다 작년 7월 임대차법 시행 및 이사철 등이 맞물리면서 전세 매물부족 현상 및 가격 상승세가 심화됐다. 

이러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전세대출 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금융당국은 전세자금대출 시에도 주택담보대출과 마찬가지로 자금 조달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전세대출을 일부 반영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세자금대출의 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해 투기 수요가 개입할 소지가 큰 만큼 요건을 한층 까다롭게 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이지만 결과적으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규제 강화에 따른 피해가 또다시 무주택 실수요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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