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제약사 5곳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도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하며 올해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주요 제약사 5곳 중 대웅제약과 종근당의 R&D 비용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약품과 유한양행, GC녹십자의 경우 지난해보다 R&D 비용이 소폭 감소하긴 했으나, 매출액 대비 비중을 10% 수준으로 유지하며 R&D 투자 기조를 이어갔다.
종근당의 올 상반기 R&D 비용은 781억원으로 전년 동기(622억원) 대비 25.5% 증가했다. 매출액 대비 투자 비중도 10.2%에서 12.2%로 2%포인트 높아졌다. 상반기 매출도 함께 성장했다. 종근당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63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321억원) 증가했다.
한미약품의 경우 올해 상반기 R&D 비용이 728억원으로 전년 동기(1023억원)보다 감소했으나, 신약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한미약품답게 자체 개발 개량신약 덕에 올해 상반기 '4년 연속 원외처방 1위'를 달성했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개량신약·복합제인 아모잘탄 패밀리, 로수젯, 한미캄스 등의 고른 성장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3279억원의 원외처방 매출(유비스트 기준)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한미약품의 매출액은 54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180억원) 증가해 호실적을 기록했다.
이밖에 유한양행과 GC녹십자는 올해 상반기 R&D 비용으로 각각 792억원, 675억원을 투자했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각각 9.8%, 10.1% 수준이다.
같은 기간 유한양행의 매출액은 66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20억원) 증가했다. GC녹십자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으로 8124억원을 달성해 전년 동기 대비 11.5%(836억원) 성장했다.
국내 제약업계가 신약 개발을 위해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GSK, 로슈 등 R&D 비용으로 수조원을 투입하는 다국적 제약사들과 비교해선 여전히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테면 로슈의 경우 지난해 R&D 비용으로 122억 스위스프랑(약 15조원)을 투자했으며, 매출액 대비 투자 비중은 20.8%에 달한다.
국제백신연구소 후원회장인 박상철 전남대 석좌교수는 "제약산업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하는 산업인데, 국내 제약사들은 자체 개발을 통한 독창성(오리지널리티)이 부족하다"며 "통상 신약 개발을 위해 임상 3상까지 진행하려면 비용으로 1조원이 든다고 하는데, 국내 제약사 중 매출 1조원이 넘는 곳이 많지 않다. 제약사들이 R&D에 대규모로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교수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내 제약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늘었는데, 코로나 이후에도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또한 삼성, LG 등 대기업이 제약산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역할이 업계의 좋은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