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지금] 흉악·악질 성범죄 막을 대한민국 ICT+BT

2021-09-06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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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절단 흉악범·아동성범죄자, 바이오칩 부착

남성호르몬 억제 화학적 거세, 자동화

중범죄자 인권 제한, 사회적 논의 시작해야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경기 TV 중계화면에 선수들의 심박수가 나오는 걸 보고 적잖이 놀랐다. 요즘 코로나 시국, 비대면 체온 측정 카메라는 익숙하다. 그런데, 멀리서 얼굴을 촬영하면 심박수를 측정하는 기술이라니.

올림픽 방송을 중계하는 올림픽주관방송사(OBS)가 양궁 중계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선수들의 심박수를 실시간으로 화면에 띄우자는 아이디어를 낸 거다. 영상 카메라로 얼굴을 찍으면 심박수가 나타나는 이 기술은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우리 남자양궁 김우진 선수가 연속 10점을 쏘면서 80대 안정 심박수를 유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국 양궁의 ‘키다리아저씨’인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이 신박한 기술을 떠올리면서 아래 세 장면을 보자.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 준결승에 나선 안산 선수 분당 심박수 108. [사진=KBS 중계화면 캡처]

#1. 20대 남성 양모는 2019년 사기죄로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 받았다. 양모는 올초 형기를 마치고 교도소를 나왔다. 곧바로 동거녀 정모의 대전 집으로 갔다. 그 집에는 정모가 낳은 20개월 된 여자아이가 있었다. 양은 그 여아를 수시로 강제 추행하거나 강간했다. 모녀지간인 정모와 아기를 번갈아 대상으로 하기도 했다. 지난 6월 15일 새벽에는 이 아기를 이불로 덮은 뒤 주먹으로 수십 차례 때리고 발로 짓밟는 등 1시간가량 폭행해 숨지게 했다. 양모는 정모와 함께 시신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집 안 화장실에 숨겼다. 이후 정모의 어머니에게 성관계를 하고 싶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2. 강도, 성범죄 포함 전과 14범 강윤성(56)은 지난 5월 출소 이후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다. 강은 8월 26일 서울 송파구 한 철물점에서 공업용 절단기를 산 뒤 마트에서는 흉기를 샀다. 4시간쯤 뒤 그는 자신의 집에서 평소 알고 지낸 40대 여성을 살해한다. 다음날 절단기로 전자발찌를 끊고는 미리 준비한 렌트카로 이동한다. 29일 새벽에는 50대 여성을 차량에서 살해한 뒤 시신을 실은 채 경찰서에 자수했다.
 

전자발찌 관련 최신 통계 [그래픽=연합뉴스]

#3. 아동과 청소년을 성추행하고 성 착취물을 제작, 유포한 혐의를 받는 최찬욱(26)은 지난 6월 기자들 앞에서 “더 늦기 전에 구해줘서 감사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텔레그램을 통해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 역시 지난해 3월 취재진에게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온 흉악범죄와 양궁 얘기를 꺼낸 이유는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 정보통신기술(ICT)과 바이오기술(BT) 역량을 범죄예방에 적극 결합시키자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현재 전자발찌 제품과 방식, 접근 틀을 확 뜯어고쳐야 한다. 공업용 절단기를 쓰면 끊을 수 있고, 위치 추적도 건물 위아래 수직으로는 불가능하다. 또 전자발찌를 성범죄자들한테 채우면 공격적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법무부는 지난 6월부터 전자발찌 감독 업무에 특별사법경찰제도를 도입했다. 즉 보호관찰소의 공무원이 전자발찌 훼손이나 외출 제한 명령 위반 등의 사건을 직접 수사할 수 있게 한 거다. 하지만 강윤성 범죄에서 보듯 외출제한 명령을 2차례나 위반했는데도 보호관찰소가 직접 현장 확인 등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살인을 막지 못해 두 사람이 희생됐다.
 

지난 8월 30일 법무부는 전자발찌 착용자의 재범 방지를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보다 더 견고한 재질로 전자발찌를 제작하고, 도주자를 신속하게 검거하기 위해 경찰·지자체와 공조를 확대하기로 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동대문구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법무부는 중범죄자에게 채우는 전자발찌를 ‘다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발표했다. 6세대까지 단순히 전자발찌 착용자의 위치 파악에 그쳤지만 7세대는 땀이나 냄새 등 생체 정보를 분석해 추가 범죄까지 막는 게 목표다. 5G 통신 기반으로 인공지능(AI)과 생체신호까지 활용하는 부품을 만드는 걸로 알려졌다. 착용자의 심박수, 움직임, 주변의 소리 파악은 물론, 땀을 많이 흘리거나 특정한 냄새가 나는 피부 배출물을 감지해 음주 여부, 약물 투약 등을 원격으로 체크할 수 있는 방식이다. 강소기업인 ‘FYD’가 이를 실제 개발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다.

2054년 미국에서 범죄를 예방하는 시스템을 다룬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년 개봉,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톰 크루즈 주연, 1956년 발표된 필립 K. 딕 소설이 원작)가 실제 우리 눈앞에서 ‘세계 최초’로 벌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사람의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7월 현재 전자발찌 착용자 4847명, 감시인력은 281명으로서 1인당 관리 대상이 17명이 넘는다. 당직일 때는 1인이 100명을 감시하기도 한다. 전자발찌를 부착한 상태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사례도 최근 5년간 303건에 이른다. 또 긴급체포나 구속을 위한 영장 신청과 발부에 길게는 1박 2일이 걸린다. 기술 발전을 사람의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전형적인 ‘문화지체’ 상황이다.

그렇지만 바이오 기술을 대입하면 다른 얘기가 펼쳐진다. 우리는 흉악성범죄자 중 성도착증 환자를 성으로부터 강제분리하는 화학적 거세를 이미 시행 중이다. 이를 법으로 정한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은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정을 받았다. 석방되기 전 2개월 이내 실시하며 치료기간은 최대 15년이다.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약물을 주입하는 화학적 거세는 실제 49명에게 시행돼 지금까지 재범률 0%, 즉 100% 효과를 보고 있다.

단 한계와 논란이 있다. 수감 중인 흉악성범죄자가 만기 출소를 앞두고 화학적 거세를 거부하는 경우다. 강제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그는 다시 체포, 구금돼 성충동약물법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살아야 한다. 하지만 다시 또 화학적 거세를 거부하고 그 징역 기간이 애초에 선고한 약물치료 기간을 초과하게 되면 그를 다시 처벌할 수 있는지 논란이다. 쉽게 말해 10년 동안 화학적 거세를 하라는 법원 선고를 받은 자가 이를 거부하고 10년 징역을 살았을 경우다. 성충동 약물치료가 치료인지, 아니면 거세라는 처벌인지 그 근본 취지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 현재 대법원은 이 사례를 심의하고 있다.

전자발찌와 화학적 거세의 단점을 해결하는 방법이 바로 ICT와 BT의 결합이다. 위에서 설명한 7세대 전자발찌와 남성호르몬 저하 약물을 투여하는 바이오칩을 병행하는 거다. 흉악성범죄자가 차고 있는 최첨단 전자발찌에 위험 생체신호가 포착되면 성충동억제 약물을 원격으로 혹은 자동으로 주입할 수 있는 장면을 그려 본다.

“멈추게 해줘 감사하다”며 자신의 악행을 반성하는 이들이, 정말 감사하다면 이 신기술의 임상실험 대상이 되는 데 동의하지 않을까.

바이오칩을 이들의 뇌에 이식하자는 주장도 있다. 나쁘지 않은 방법이지만 비용이 상당하다. 우리 세금을 '악귀 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에 쓸 수는 없다. 인권 문제도 있다.

정보통신기술과 바이오기술의 영역이 급속히 허물어지고 다양한 융합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관련부처들이 힘을 모아 이를 흉악성범죄자 관리, 재범방지에 적용하면 국민 모두가 더 안전한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거다. 흉악범죄자 인권을 어디까지 제한할지 사회적 논의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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