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때 더 빛났다'...건설업계 '맏형'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

2021-09-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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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은 오너 2세, 기업 위기 함께 극복하며 인정받은 '이순신 리더십'

"직원과 그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 게 내 역할"...쌍용 '제2전성기' 이끈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사진=쌍용건설 제공]


싱가포르를 상징하는 마리나베이샌즈호텔, 두바이 왕실 프로젝트 그랜드하얏트호텔, '사막의 꽃'으로 불리는 두바이 에미리트타워호텔. 이 건축물은 각국의 랜드마크라는 공통점 외에도 한 가지 공통분모가 더 있다. 바로 쌍용건설 '손끝'에서 탄생했다는 점이다. 

쌍용건설은 한국보다 해외 건설현장에서 더 유명하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업계에서 '현장형 최고경영자(CEO)'로 통한다. 고령의 나이에도 매년 명절 때마다 중동,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해외 오지로 날아가 고생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한 지난해에도 예외는 없었다. 김 회장은 추석과 연말연시 두 차례에 걸쳐 두바이로 날아가 해외 근로자들을 위로하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두바이 특급호텔 '로열 아틀란티스' 공사 현장을 점검했다.

김 회장은 평소 "해외에서 고생하는 직원들과 명절 혹은 연말연시를 함께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면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직원들과 직원 가족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해 왔다.  
 
위기에 강한 '이순신 리더십'...'손끝' 스치면 탄생하는 명품 건축물
김 회장은 쌍용그룹 창업주인 아버지 김종곤 전 쌍용그룹 회장의 차남으로 1953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대광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78년 쌍용그룹 기획조정실에 입사해 6년 만에 쌍용건설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2015년 이 회사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해 현재까지 쌍용건설을 이끌고 있다. 출발은 오너경영인이었지만 쌍용그룹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며 전문경영인으로 거듭났다.

그는 건설업계 '맏형'이자 스킨십에 강한 CEO로 꼽힌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1983년 사장으로 취임한 뒤 매년 명절을 해외 현장 근로자들과 보내고 있다. 

해외 출장이 많다 보니 관련 에피소드도 많다. 1992년 이란 플랜트 건설현장을 방문할 때는 하루에 비행기를 5번이나 갈아탔으며, 1986년 추석에는 3개국 10개 현장을 방문하는 72시간의 출장시간 가운데 54시간을 비행기와 자동차에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에는 인도와 파키스탄 현장 방문을 위해 비행기로 28시간, 육로로 12시간을 이동하는 강행군 일정을 소화하기도 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힌 상황에서도 그의 열정은 막지 못했다. 해외 근로자들의 SOS에 그는 한걸음에 두바이로 달려갔다.

김 회장은 그룹 위기 때마다 중심을 지켰다. 쌍용건설이 2번의 워크아웃과 8번의 매각절차를 밟을 때도 고통을 분담하며 자리를 지켜 임직원들의 두터운 신뢰를 받았다. 쌍용건설 채권단은 2007년부터 매각을 시도해 2015년 두바이투자청(ICD)과 투자유치를 위한 인수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쌍용건설 최대주주는 ICD로 바뀌었지만 김 회장은 최고경영자 자리를 수년째 이어가고 있다. ICD도 그의 해외 네트워크와 영업력을 높게 평가해 2015년부터 올해 3번째 연임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실제 김 회장의 폭넓은 해외 네트워크와 ICD의 두터운 신뢰로 양측은 안정적인 '케미(화학적 결합)'를 형성하며 쌍용건설의 국내외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결과는 성적으로도 증명됐다. 쌍용건설의 해외 수주액은 2016년 1조1857억원에서 2017년 1조465억원으로 소폭 줄어든 뒤 2018년 2조1229억원, 2019년 2조2210억원으로 3년 만에 87.32%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1조8096억원의 해외 수주잔고를 달성했다. 

앞으로 두바이 랜드마크가 될 로열아틀란티스호텔, 적도기니 바타 국제공항, 말레이시아 옥슬리타워, 싱가포르 남북 지하고속도로 등도 모두 쌍용건설의 손끝에서 탄생할 예정이다. 
 

쌍용건설이 시공한 국내외 대표작. 위는 서울 청담동에 들어선 루이 비통 메종 서울, 아래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짓고 있는 특급호텔인 ‘로열 아틀란티스 리조트&레지던스(Royal Atlantis Resort&Residence). [사진=아주경제 DB]

'격'이 다른 건축 보여주겠다...아파트부터 리모델링까지 무한 영토확장
김 회장은 올해 국내 주택시장에서도 건설 명가 재건에 나섰다. 기존 아파트 브랜드인 '예가'와 오피스텔 브랜드인 '플래티넘'을 '더플래티넘'으로 통합하고 주택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김 회장은 더 플래티넘 출범에 대해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호텔, 동부산 아난티코브리조트 등을 성공적으로 시공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적용해 최고 품질의 주택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주택시장 공략 키워드는 '다양화'로 선정했다. 더플래티넘을 통해 주상복합, 재개발, 도시개발사업, 고급주택 등 전 분야를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전국 11개 단지에서 8000가구를 공급했고, 올해는 10개 단지 67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리모델링 준공실적 1위 굳히기에도 나섰다. 이 회사는 2000년 업계 최초로 리모델링 전담팀을 출범해 누적 2조5000억원이 넘는 수주잔고로 업계에 입지를 인정받고 있다. 리모델링은 재개발·재건축 사업과는 달리 아파트 골격을 남겨놓고 공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일반 재건축보다 공사 난이도가 높다.

지난 3월 리모델링 최초로 주택도시보증공사 승인을 받은 서울 송파 오금 아남아파트 착공을 시작으로 △경남 창원 교방1구역 재개발 △전남 여수 학동 주상복합  △부산 동래구 온천동 주상복합 △대구 수성구 범어동 주상복합 △대전 대덕구 읍내동 지역주택조합 등을 수주했다. 최근에는 △가락쌍용1차 △광명철산한신 등 사업권도 따내면서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강점은 기술력이다. 쌍용건설은 2012년 전 가구를 전후좌우로 늘리면서 2개 층을 수직 증축하는 리모델링 아파트를 선보여 업계를 놀라게 했다. 서울 마포구 현석동에 위치한 '밤섬 쌍용 예가 클래식'이 그 주인공이다.

지하주차장을 신설해 엘리베이터와 연결하는 지하층 하향 증설공법, 단지 전체 1개 층 필로티 시공, 2개 층 지하주차장 신설, 지상·지하층 동시수행공법, 단면증설·철판보강·탄소섬유보강 등 각종 구조보강공법과 댐퍼(Damper, 진동흡수장치)를 활용해 진도 6.5~7.0까지도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일반 건축물 기준 6.5) 등 신기술도 선보였다.

미래 건설수요에 대비한 기술연구소를 통해 개발되는 건설 기술로 리모델링 분야의 '기술 초격차'를 가져가겠다는 전략도 밝혔다. 쌍용건설 기술연구소는 전체 사업 분야에서 연구개발 활동을 꾸준히 전개하여 현재 건설신기술 13건, 환경신기술 2건, 전력신기술 4건, 녹색기술 4건을 지정받았으며, 특허 126건, 실용신안 9건, 저작권 434건 등을 보유하고 있다.

아파트가 아닌 일반 건축물 리모델링 실적도 탁월하다. 1991년 도면이 없는 싱가포르의 국보급 호텔인 '래플스호텔'을 완벽하게 복원 및 증축했고, 1999년에는 캐피털스퀘어빌딩 샵하우스 리모델링을 통해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URA 어워드를 수상하는 등 해외에서 기술력을 먼저 인정받았다.

국내에서는 2000년 루이비통의 아시아 단독 매장 중 최대 규모의 '루이비통 뉴 컨셉트 스토어'를 리모델링했고, 지난해에는 현존하는 최고의 건축가로 불리는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루이비통 메종 서울'을 완공했다. 이 밖에도 서울 힐튼호텔, 소피텔앰배서더에 이어 최근에는 그랜드앰버서더 서울 호텔 등 고급건축 분야에서도 실력을 입증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리모델링 공사는 신축에 비해 난이도가 월등하게 높아 경험이 없는 시공사가 뛰어들기에는 어려운 분야"라며 "초격차 1위 수성을 위해 서울과 수도권 대단지, 역세권 등 입지가 양호한 곳의 아파트 리모델링 수주를 강화하고, 신공법 개발과 전담 엔지니어 육성은 물론 초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타 사와 전략적 제휴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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