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감소세를 이어오던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빚을 내 투자)'가 재차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인상된 금리보다 돈을 빌려 레버리지 투자에 나설 경우 더 큰 이득이라는 판단이 앞섰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엔씨소프트 등 일부 종목에 빚투가 급격히 쏠린 것으로 나타나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25조6111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신용융자 잔액 규모는 24일 24조5780억원, 25일 24조4541억원으로 감소하면서 25조원을 밑돌았다. 하지만 26일에는 24조4573억원으로 소폭 증가한 데 이어 27일과 30일 각각 24조6762억원, 24조8216억원을 기록하며 25조원 돌파를 다시 눈앞에 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인상된다 해도 최소 5~10%에 달하는 고마진 신용융자 금리를 올리기란 쉽지 않다”면서 “당분간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되기 전까지 현재의 이자율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업 투자자는 “최근 조정장세가 장기화하면서 일부 종목들의 가격이 싸졌다는 인식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며 “기준금리 인상에도 증권사들의 신용공여 이자율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단타 성향의 투자자들이 빚투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엔씨소프트 등 일부종목에 빚투가 쏠린 것도 주목해야 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엔씨소프트의 신용공여율은 6.10%에서 31일 11.54%로 크게 뛰었다. 신용잔고로 보면 27일 714억6900만원에서 30일 1125억7600만원으로 677억8800만원이 급증한 데 이어 31일에도 597억2500만원으로 급증세를 나타내고 있다. 27일 대비로 보면 1275억1300만원이 늘었다.
문제는 외국인들의 매도 물량을 개인들이 받아내는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융자 잔고가 증가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던 지난달 26일 이후 1일 현재까지 외국인과 기관은 5029억원, 2934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7857억원을 순매수하며 엔씨소프트 주식을 빠르게 사들이고 있다.
반면 오히려 주가는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로 인해 1일 기준 63만7000원으로 종가기준 연중 최저점을 찍었다.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반대매매로 이어져 더 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될 경우 문제는 더 커진다는 게 금융투자 업계의 시각이다. 당장 신용융자 이자율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은행의 예금금리가 상승할 경우 주식에 쏠렸던 자금들의 ‘머니 무브’가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주식시장을 지탱해온 유동성 장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리인상은 부동산 정책에 맞춰져 있다고 봐야 한다.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를 제어하기란 사실상 어렵다”면서 “증권시장에 쏠렸던 자금들이 서서히 은행으로 이동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될 경우 머니무브 규모는 더 커질 수 있고, 이는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신용비중이 높은 종목들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