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여의도 저승사자'…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 출범

2021-09-0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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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성 아쉽지만, 진일보한 형태" 평가도

김오수 검찰총장(왼쪽에서 넷째)이 1일 오전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열린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른바 '여의도 저승사자'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 폐지 1년 반 만에 부활했다. 하지만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검찰의 수사권 약화로 증권범죄 수사의 핵심인 '신속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1일 서울 양천구 검찰청 별관에서 '금융·증권 범죄 수사협력단(협력단)'을 공식 출범했다. 출범식에는 김오수 검찰총장과 문홍성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김 총장은 "우리 금융산업과 자본시장 규모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이러한 금융산업의 글로벌 위상에 걸맞은 자본시장 질서의 공정성과 투명성 역시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합수단과의 차이를 묻는 말에는 "합수단이 검찰의 직접 수사를 전제로 만들어진 기관이었다면, 협력단은 각 국가기관의 장점을 살려 협력하는 데 방점을 둔 조직"이라고 답했다.

◆금융·증권범죄 수사 핵심은 '신속성'··· 검사 직접수사권은 없어

협력단은 시세조종 등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를 비롯한 각종 금융·증권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꾸려졌다. 총인원은 46명으로, 지난 1월 증권범죄합수단 폐지 당시 인원(총 29명)보다 확대된 규모다.

협력단은 검찰 수사관과 관련 기관 파견 직원들로 구성된 금융·증권 범죄수사과를 설치하고, 6개 팀이 수사를 맡는다. 협력단에 소속된 검사는 직접수사를 하지 않고 기소와 공소유지, 수사팀에 대한 수사지휘 등을 담당한다.

직접수사는 검찰 수사관·특별사법경찰·유관기관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수사팀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금융감독원에서 근무하는 특별사법경찰 10명도 협력단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

단장을 맡은 박성훈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1기)는 공인회계사 자격 소지자로, 2012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과 2014년 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에 소속돼 수사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이후 법무부 상사법무과장, 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장, 예금보험공사 금융부실책임조사본부장 등을 거쳐 검찰 내 금융 전문가로 꼽힌다.

하지만 애초 구성하려고 했던 10개 팀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구성 과정에서 저연차 검사 한 사람이 공소유지 실무만을 담당하는 점은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검찰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금융위원회로부터 '주가 조작', '미공개 정보이용' 등 35건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 수사를 의뢰받았지만 단 1건을 기소하는 데 그쳤다. 수사지휘·공소유지 권한만으로는 합수단에 비해 수사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부패의 온상·여의도 저승사자··· 우려와 기대 교차
검찰은 2013년 각종 금융 범죄 수사를 위해 비직제조직인 합수단을 만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취임 직후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되며 폐지됐다.
합수단 폐지로 증권범죄 수사가 사실상 마비됐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검찰 안팎에선 증권범죄 전담 부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지능적인 증권범죄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전문화된 전담 수사 조직의 필요성이 새삼스레 부각된 것이다. 
특히 금융·증권범죄 수사의 핵심은 '신속성'인데, 합수단이 사라지면서 관련 수사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적잖았다. 
한 검찰 관계자는 "증권 범죄는 신속성이 중요하다"며 "증권범죄에 가담하는 '꾼'들은 신속히 치고 나가기 때문에 수사가 늘어질 경우 사후약방문식 수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종전 직접수사가 가능했던 합수단 형태가 아닌, '협력'하는 형태이지만 수사의 공백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전에는 검사가 직접수사를 해서 기소했기 때문에 신속성 측면에서 조금 더 장점이 있었다"면서도 "사실상 검사가 초동수사부터 지휘하기 때문에 금융범죄 수사 측면에서는 진일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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