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73.5%로 집계됐다. 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차주 10명 중 7명 이상이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다는 뜻이다. 이는 전월보다 0.8% 포인트 확대된 것으로, 2014년 7월(74%)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다.
신규 가계대출 기준 변동금리 비중도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지난달 신규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81.4%로, 전월(81.7%)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가계대출에서 변동금리형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3월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절반 수준에 그쳤지만 지속적으로 늘어나 잔액 기준으로 지난 2월 70%를 넘겼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수준(0.5%)까지 떨어지면서 변동금리 대출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차주들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차주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금리 격차 때문이다. 통상 고정금리는 향후 금리 상승 예상분을 선반영하는 탓에 변동금리보다 금리 구간이 높게 형성된다. 지난 7월 말 5대 시중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와 연계된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연 2.49~4.03% 수준이었다.
반면 고정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연 2.89~4.49%로 변동금리보다 상단과 하단이 0.4% 포인트 이상 높다. 고정금리를 선택할 경우 내야 할 원리금이 변동금리형보다 많다 보니, 금리 상승이 다가왔다는 이유로 높은 금리의 고정형 상품을 선택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정금리 대출상품은 통상 변동금리형보다 금리 구간이 높아 금리 상승기 가입을 권유해도 차주들이 선호하지 않는다"며 "당장 낮은 금리를 찾는 심리가 작용하면서 변동금리형 대출 비중이 지속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요즘과 같은 기준금리 상승기에 변동금리형 대출 비중이 높은 상황은 다소 우려되는 대목으로 꼽힌다. 변동금리 대출은 기준금리와 연동해 금리가 오르면 덩달아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탓에 대출자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말 국내 가계대출 잔액은 1705조3000억원으로, 이 중 변동금리형 대출 규모는 1245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 금융권은 대출금리가 0.1% 포인트 오를 때마다 변동금리형 차주의 이자부담이 1조2448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변동금리 대출의 지표금리인 코픽스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차주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은행권은 오는 10월 신규 취급되는 주담대부터 본격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코픽스 금리에는 예·적금과 같은 수신상품 금리가 조달비용으로 반영되는데, 시중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예·적금 금리를 일제히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한은이 오는 11월쯤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변동금리형 차주들의 원리금 부담을 키우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이 곧바로 시장금리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을 가산금리 산정에 단계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대출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는 작용할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상 본격화에 따라 변동금리형에서 고정금리형으로 대출을 갈아타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면 중도상환수수료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