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을 거둔 화장품 업종이 주식시장에서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실망감을 드러내며 잇따라 대형 화장품 회사의 목표주가를 내리는 추세다.
호실적에 따른 주가 상승을 기대한 투자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이 싸늘한 이유는 무엇일까.
실적은 개선됐지만 주가는 '주르륵'
화장품 업계를 이끄는 쌍두마차는 단연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꼽힌다. 뷰티·패션 저널 WWD(Women’s Wear Daily)가 발표한 2020년 세계 100대 화장품 기업 순위에서 LG생활건강은 12위, 아모레퍼시픽은 14위를 기록했다.
특히 LG생활건강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LG생활건강은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 4조581억원, 영업이익 7063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 10.9% 늘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을 입었던 아모레퍼시픽도 올해는 절치부심에 성공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 상반기 매출은 2조690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9.4% 늘었다. 영업이익은 무려 190.2% 늘어난 3022억원이다.
화장품 부문에서만 매출은 2조4989억원, 영업이익은 2675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보다 각각 11.1%, 178.1% 늘어난 실적을 올렸다.
문제는 주가다. 양사의 주가는 최근 눈에 띄는 약세다. LG생활건강은 연중 150만원 선에 머물다가 지난 7월 반짝 178만원을 넘었다. 하지만 이후 8월 들어 급락하며 지금은 140만원 초반에 주가를 형성했다.
아모레퍼시픽은 6월 30만원으로 고점을 형성한 뒤 이후 꾸준한 우하향을 기록해 지금은 22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관건은 '중국'…시장 성장 주도 못했다는 실망감 커
두 회사의 주가 하락에 대해 증권업계는 이유가 있다는 설명이다. 단순히 실적 개선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내용이 문제라는 얘기다.관건은 '중국'이었다. 상반기 중국의 화장품 시장이 눈부신 성장을 기록했지만 두 회사가 거기에 동참하지 못했다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글로벌 리서치기업 유로모니터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뷰티 시장은 전년 대비 -3.8%로 역성장했지만 중국만큼은 7.2%로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글로벌 뷰티 시장 매출 17%가 중국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는 상승폭이 더 크다. 지난 2~4월 중국의 뷰티시장 매출액은 전년 대비 각각 41%, 43%, 18% 성장했다. 그리고 중국 화장품 시장의 성장은 상위 업체들이 독점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중국 뷰티 시장에서 TOP 10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43%에 달한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내수를 기반으로 실적은 개선됐지만 중국 시장에서 주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결과 두 회사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증권가의 목표주가 줄하향을 겪었다.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예상 밖의 중국 시장 부진이 목표주가 하향 원인이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최근에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공매도 거래비중 순위에서도 상위에 이름을 올리며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하는 중이다.
배송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중국 화장품 시장이 전년보다 15% 성장했는데 LG생활건강의 중국 실적은 10% 성장에 그쳤다"며 "중국의 6·18 쇼핑축제 때문에 마케팅 비용은 증가했으나 매출은 그에 못 미쳤다"고 평가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사업 내 설화수는 60% 성장해 고무적이지만 이니스프리 매출액이 20% 이상 하락하면서 중국 전체 매출액 성장률은 현지화 기준 한 자릿수에 그쳤다"는 분석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