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의 금융혁신을 매듭짓고 부동산 혼란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수습에 힘을 보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정은보 금융감독원장과 행정고시 동기라는 점 때문에, 잦은 충돌을 보였던 금융감독원과의 관계 재정립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27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는 고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한다.
고 후보자는 문 정부의 금융혁신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앞서 문 정부는 금융혁신을 내걸고 금융부문 쇄신, 생산적 금융, 포용적 금융, 금융산업 경쟁 촉진 등 4대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현재 정부의 혁신금융서비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시행 등 관련 정책 추진 과정에서 부실한 사후 관리, 형평성 논란 등 여러 문제가 나오고 있다.
우선 전금법 개정안이 가장 시급하다. 전금법은 ‘빅테크 특혜법’이라는 프레임에 싸여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은행 등 기존 금융권은 핵심 조항 중 하나인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도입이 빅테크 종속을 가속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종합지급결제사업자란 여수신 업무를 제외한 모든 금융 서비스를 할 수 있는 핀테크 업체를 말한다. 금융권은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파이낸셜 등 빅테크가 사실상 은행임에도 기존 금융권과 달리 규제가 느슨하다고 주장한다.
혁신금융서비스는 매년 시범사업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지정에만 급급해 사후 관리에 부실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혁신금융 서비스는 정부가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부 기업들이 제대로 된 사업을 진행하지 않아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또 그는 후보자 지명 초기 예상처럼 부동산과 얽혀 급증한 가계부채도 풀어야 한다. 최근 NH농협은행의 대출 중단 사례와 같이 단순히 대출 옥죄기만으로는 여론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실제로 대출 중단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자 금융위는 “가계 대출 취급 여력이 충분한 다른 금융회사까지 대출 중단이 확산할 가능성은 낮다”며 진화에 진땀을 빼기도 했다.
그도 가계부채 관리를 가장 중대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고 후보자는 지난 25일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가계부채 관리와 부동산시장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금감원과 대내외적으로 표출된 갈등도 풀어야 할 과제다. 두 기관은 지난해에만 금감원 수석부원장 폐지 검토, 종합검사 부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징계 등을 두고 사사건건 충돌했다. 올해는 금융권에서 금감원 독립이 끊이지 않고 회자됐다.
고 후보자와 정 금감원장은 행시 28회 동기다. 아무 인연이 없던 두 기관의 전임자보다는 금감원과의 관계가 부드러울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는 후보자 내정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러 관계부처, 기관과의 협조가 중요하며 그중에서도 중요한 게 금감원”이라면서 “금융위와 금감원은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