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이 안 나오잖아요. 서초구 일대 아파트는 대부분 15억원이 넘으니 전세를 끼고 살 수밖에 없죠."(서초구 반포동 공인중개업소 대표 A씨)
24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서울에서 가장 많은 갭투자가 있었던 곳은 48건을 기록한 서초구다. 기간을 6개월(205건)로 늘려도, 1년(405건)으로 늘려도 마찬가지다. 아실이 갭투자로 판단하는 아파트 거래는 매수 후 직접 거주하지 않고 전·월세를 놓은 경우다.
실제로 최근 서초구 아파트 매매 거래는 줄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서초구 아파트 매매거래는 28건이다. 거래기간과 신고기간이 남았다는 것을 고려해도 지난달 180건, 지난해 8월 278건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신고가를 기록하는 매물이 나오고 있으며 집값은 상승하고 있다. 최근 신고가를 기록한 매매 거래들이 갭투자로 추측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래미안신반포리오센트 전용 133㎡는 이달 6일 38억9000만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 매물은 지난달 16일 전세가 27억원에 거래됐다. 11억9000만원의 현금으로 집을 산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7일 매매된 아크로비스타 전용 149㎡도 27억5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으며, 전세 거래는 매매 거래 당일 19억5000만원에 이뤄졌다. 갭은 8억원이다.
강남 3구 중에서도 특히 서초구에 갭투자가 많은 이유는 토지거래허가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셋값이 꾸준히 오른 점도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은 8.64% 올랐다. 최근 서초구에는 반포주공1단지 이주가 발생하며 전세대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강남 3구 중 하나인 서초구는 학군·교통 등으로 거주수요가 꾸준하고 투자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곳"이라며 "전셋값도 매매가격과 같이 오르며 전세를 낀 거래가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한 강남구와 송파구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15억원 이상 고급 아파트 수요 일부가 서초구로 모인 것으로 보인다"며 "서초구에 갭을 이용한 거래가 몰리는 것은 규제의 풍선효과로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갭투자는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셋값은 물론 아파트 매매 가격 또한 하락보다는 상승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초 등 강남 지역은 항상 초과 수요가 존재한다"며 "앞으로도 집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커 보이는 상황에서 갭을 이용한 거래도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