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인터뷰] 이석연 "재갈 물리는 언론중재법 '악법'...헌재서 위헌 판결날 것"

2021-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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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연 전 법제처장 긴급 인터뷰

24일 법사위, 25일 본회의 예정

이석연 전 법제처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논란의 중심에 선 ‘언론중재법’을 두고 결국 국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법을 연구하고 언론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사람으로서 언론중재법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악법'이라고 표현했다.

언론중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직접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이 전 처장은 23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언론중재법은 집권여당이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정권 말기 대선을 앞두고 정략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언론중재법이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언론중재법, 대선 겨냥한 정략적 목적 달성용

언론중재법은 언론의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당초 민주당은 언론사의 매출에 따라 손배액을 산출하고, 고위공직자 등도 손해배상 청구 대상에 포함했으나, 언론계와 국민의힘의 반발로 △고위공직자와 기업 임원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제외 △열람차단청구표시 조항 삭제 △입증 책임을 원고로 명확히 규정 △손해배상 언론사 매출액 비율 기준 삭제 등을 반영한 수정안을 내놨다.

이 전 처장은 “민주당이 최근 고위공직자와 대기업 임원 등을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수정한 언론중재법을 (상임위에서)통과시켰는데, 사실상 본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전혀 아니다”며 “또 전직 고위공직자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하는 등 더 이상한 곳에 특혜를 주는 것으로 바뀌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알 권리가 위축된다는 지적에 따라 언론중재법에 고위공직자와 대기업 임원 등을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대상에서 제외했으나, 전직의 경우에는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내년에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할 경우 '전직'이 되기 때문에 자신의 의혹을 다룬 기사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전 처장은 “언론은 대통령이 재임 중이거나 퇴임 시에 문제점을 파헤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과 같은 고위공직자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대통령과 고위공직자, 연예인 등은 전‧현직과 관계없이 공적인 인물이다. 공적 인물에 대해서는 언론의 자유가 어느 정도 제한이 된다는 것은 세계 각국의 통례”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같은 법에 신중을 기하지 않고 다수결로 밀어붙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이제는 잘못하면 이 법에 의해 5배까지 물어주게 생겼다. 기자들은 당연히 위축이 될 것이고 취재에도 소극적이 되면서 국민의 알 권리는 제약 받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결과 상관없이 법 폐기 마땅

그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근거가 되는 허위조작보도, 중과실과 같은 것들은 어떻게 보면 불명확한 개념이고 붙이기 나름인 개념”이라며 “형사법규에도 없는 이런 조항을 둔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다. 굳이 이렇게 사법권 판단까지 제약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이 법이 통과되면 당연히 폐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내년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반드시 헌법재판소에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언론중재법이 세계 언론사상 유례없는 부끄러운 법이라고도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1일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이사회는 성명서를 내고 “언론중재법은 민주사회의 기본권을 제약할 수 있는 논란의 소지가 큰 법안”이라며 “세계 주요국 중 드물게 한국에서는 명예훼손죄가 민사적 책임뿐 아니라 형사처벌이 가능한 데다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해 이에 문제의식을 가진 외신기자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세계신문협회(WAN-IFRA)도 지난 12일 ‘전 세계 언론은 가짜뉴스 법률과 싸우고 있는 대한민국의 언론과 함께 나서다’라는 공식 성명을 발표하고, “이 개정안은 비판 언론을 침묵시키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전통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뱅상 페레네 세계신문협회 최고경영자(CEO)는 “이러한 유형의 규제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주의적인 정권에 의해 조장돼 왔으며, 정치적·경제적 권력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는 데 사용되는 편리한 수단”이라며 “결과적으로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고 질타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 같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언론중재법을 처리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경우 향후 모든 상임위 일정을 보이콧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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