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시대정신의 구현이 요구된다

2021-08-24 06:00
  • 글자크기 설정

노희진 SK증권 감사위원장

[사진=노희진 SK증권 감사위원장(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치는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시대정신을 먼저 알아차리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치가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시대정신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정신 자세나 태도이다. 현 시대 한국 국민들이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현 시대의 시대정신을 살펴보기 위해 과거의 시대정신을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어떻게 보면 그 시대의 시대정신을 잘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을 정치 시스템을 통해 지도자로 불러낸다고도 할 수 있다.

이승만 시대의 시대정신은 건국과 나라를 지키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공부한 이승만은 미국을 이용해 나라를 지켜냈다. 박정희 시대의 시대정신은 '잘살아 보세'였다. 박정희는 개발 독재를 통해 잘사는 나라의 기초를 마련했다. 부족한 자본을 강제저축으로 모으거나 외자를 들여 전략적으로 필요한 분야에 배분했다. 고속도로를 만들고 산업화 시대를 열었다. 독재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 시대의 상황이 개발을 필요로 하면 국민은 효율적 개발을 위한 독재를 받아들였다. 김영삼 시대는 산업화에 의한 경제적 성취를 바탕으로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큰 시기였다. 김영삼 시대 이후 문민화가 이뤄지면서 본격적인 민주화가 시작됐다. 

우리는 시대정신을 크게 건국, 산업화, 민주화로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차기 대통령이 유념해야 할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서울·부산 시장 선거와 야당 대표 선출 당시 국민이 보여준 뜻에 그 실마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대전환의 시대다. 앞선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은 부동산과 청년 문제에 좌우됐다. 서울·부산 시장 선거에서 야당이 이긴 것은 부동산 정책의 실패에 기인한 바가 크다. 야당 대표 선거에서 30대 대표가 당선된 것은 과거의 틀에서 벗어난 새롭고 혁신적인 정치에 대한 요구가 반영됐다.

이런 현상은 캐나다,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해외에서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과학 기술과 혁신적인 융합 경제의 발달로 국제관계나 경제 발전 정책을 제대로 개발하고 이행할 새로운 인물을 시대가 요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의 방식에 경직돼 있는 사고로는 새로운 국제 관계나 경제적 흐름을 이해하고 최적의 정책을 설계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코로나19와 정부 주도의 일자리 정책 등으로 나랏빚이 크게 늘었는데, 이를 갚아야 할 청년 세대의 불안감에 공감을 표시하는 국민이 청년 세대에게 그 해결책 마련을 위한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부동산과 청년 문제는 갈등 요인을 포함한다. 부동산 문제는 계층 간의 갈등이 존재하고, 청년 문제는 세대 간의 갈등이 존재한다. 갈등을 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계층 간의 갈등을 일으킨다. 부동산이 없는 사람으로부터 있는 사람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부의 전이(wealth transfer) 현상이 발생한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진정어린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은 이해하기 어렵다. 세금은 원가 요소가 돼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고 종국에는 부의 전이 현상을 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세대 간의 갈등은 국가 채무가 급격히 증가하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다음 세대가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세대가 연금을 많이 받아 다음 세대의 연금이 고갈된다면 또 다른 세대 간 갈등의 원인이 된다. 연금 개혁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현 정부의 대표정책이라 할 수 있는 소득주도 성장, 부동산 중과, 탈원전 정책 등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찬반이 엇갈린다. 진영 중심으로 경직적 사고를 하기보다는 국민 편익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정책의 결과를 평가해야 한다. 국민 편익 증진을 위해서는 진영을 넘어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요구도 존재한다. 

갈등을 부추기는 정책이 아니라 갈등을 완화하는 정책이 국민들의 호응을 받고 시대정신에 부합할 것이다. 계층·세대·진영 간 갈등을 완화하는 정책을 제시하는 지도자에게 현명한 국민은 마음의 문을 열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