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13부(최수환 최성보 정현미 부장판사)는 19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된 이 전 법원장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어 무죄를 판결했다.
앞서 이 전 법원장은 서부지법원장으로 근무하던 2016년 10~11월 서부지법 소속 집행관사무소 사무원들에 대한 비리 수사가 착수되자 나모씨를 통해 수사 정보를 빼냈고, 이를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고한 혐의로 2019년 3월 기소됐다.
또한 법원 사무국장 등에게 영장 사본 등을 입수하고 확인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는 직권남용 혐의도 받았다.
이날 재판부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에 대해서 “피고인이 나모씨와 공모하여 이 사건의 각 보고서를 임종헌에 송부한 행위는 나모씨가 피고인의 사법행정사무 보좌하는 기획법관 직무에서 직무상 비밀을 취득할 자격이 있는 행정처 차장에게 전달한 행위”라면서 “공무상 비밀누설에서 정하는 누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김모씨에게 사건 관련 영장이 청구되는 경우 이를 보고하고, 총무과에 필요한 영장이 있으면 총무과에 제공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설령 했더라도, 이러한 지시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공무상 비밀누설과 직권남용의 점을 무죄로 판단한 1심 결론이 정당”하다면서 원심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원심은 공무상 비밀누설에 대해 이 전 법원장이 집행관에 대한 비리수사를 저지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나모씨를 지시해 법원행정처에 사건 보고서를 송부하는 데 공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판결했다. 또한 직권남용에 대해서는 위법하고 당사자들에게 부당한 지시했다는 행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법관이 무죄 판결을 받은 수는 지금까지 8명이 됐다. 사법농단 혐의로 기소된 14명의 판사 중 지금까지 1심이나 2심 판결을 선고 받은 판사는 10명이다. 이중 2명을 제외하고 8명은 원심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3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과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유죄를 판결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