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국제공항이 출국을 기다리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정권을 재장악하자 이날 날이 밝기도 전에 수천 명의 카불 시민들이 아프간을 탈출하기 위해 공항으로 몰려들었다. [사진=연합뉴스]
외교부는 전날 밤 주아프간 대사관을 잠정 폐쇄하고 공관원 대부분을 중동 지역 제3국으로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다만 아프간에 체류 중인 재외국민 1명의 안전한 철수 등을 지원하기 위해 현지 대사를 포함한 일부 공관원이 현재 안전한 장소에서 본부와 긴밀히 소통 중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오후 "이분이 오늘 중으로 아프간을 떠날 것 같다"며 "우리 국민 한 분과 남은 공관원 세 분은 현재 안전한 장소에 계속 남아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현지에서 자영업에 종사한 해당 교민은 현지 투자 등을 이유로 아프간 철수를 망설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자는 "사실 (아프간 안팎을) 왔다갔다하는 게 미군 자산밖에 없다"며 "(교민이) 그 비행기를 타고 한국 바로 오는 것은 아니고 중동 가까운 나라로 가서 귀국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또 주아프간 한국대사관이 공관원들을 중동 지역 제3국으로 철수시키는 과정에서 현지 미국 공관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당국자는 "올해 들어 주아프간 한국대사관이 미국대사관 측과 유사시 현지에 있는 미군 자산으로 철수 관련 MOU(업무협약)를 맺었다"며 "(미국대사관이) 'MOU를 맺은 공관에 대해서는 공관원 철수를 돕겠다'는 내용의 보험을 들었는데 어제 딱 쓰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시 정의용 외교부 장관 주재 화상회의에 참석한 최태호 주아프간 대사는 회의 중 "우방국으로부터 '공관들은 빨리 카불 공항으로 이동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보고했다. 이에 정 장관은 최 대사와의 상의를 거쳐 급하게 공관원 철수를 지시했다. 이후 현지 대사관 공관원들은 미군 헬기를 통해 카불 공항으로 이동했다.
한편 외교부는 아프간 측과의 외교 관계 설정에 대해 "아직은 고민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당국자는 "관련해 아직은 저희가 고민 중"이라며 "기존에 있던 정부가 무너진 것은 확실한 것 같은데 어떤 정부가 어떻게 들어서서 어떻게 운용되고 어떤 정치를 할지는 아직 봐야 할 부분이 있다"고 조심스러운 답을 내놨다.
이어 "당장은 공관 잠정 폐쇄 상태이기 때문에 아프간 새 정부, 새 정권과 당장 컨택(접촉)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며 "그 부분은 저희 내부적으로 검토해나갈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당국자는 "공관 철수했다고 해서 아프간과 맺었던 외교관계를 단절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