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국이 부동산 불장인데, 마사회 헐값 사택 제공 논란

2021년 7월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준마아파트 외관. [사진=네이버거리뷰 갈무리]

최근 부동산 이슈로 전 국민이 피로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한국마사회가 주변 시세의 10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는 헐값 사택을 제공해 논란이다. 직원의 복리후생 개념으로 사택을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보통 혁신도시에 위치한 지방지사의 파견·전보 등 특수한 경우에 사택을 제공하는 취지와는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13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한국마사회는 과천에 있는 경영지원본부 임직원 및 부양가족, 마필 관계자 등의 안정적인 주거 확보를 목적으로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에 사택(준마아파트)을 마련했다. 사택은 아파트 3동으로 각각 전용면적 60.65㎡ 140채, 71.45㎡ 120채, 84.01㎡ 88채 등 총 348가구다. 마사회는 직원을 대상으로 전세 계약을 체결해 사택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마사회의 내부 규정인 '주택관리규정 제7조 제1항2'를 살펴보면 사택에 입주할 수 있는 대상은 △본부 근무 임직원과 부양가족 △마필 관계자와 부양가족 이렇게 두 경우다. 또 입주자 선정기준은 근속기간, 부양가족, 입주 신청 대기기간, 재입주 시 입주기간 등이다. 입주기간은 3년을 기준으로 연장이 가능하다.

문제는 일명 전세금인 입주보증금이 너무 저렴하다는 데 있다. 국회 예산처의 조사에 따르면  실제 준마아파트에 입주한 임직원의 입주보증금이 전용면적 71.45㎡의 경우 1가구당 평균 2752만원, 84.01㎡는 3395만원, 60.65㎡의 경우에는 2091만원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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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 준마아파트 전세보증금 지급 현황(단위: ㎡, 세대, 만원) [자료=국회 예산처 제공]

준마아파트의 건립연도는 1989년으로 오래됐지만 주변 구축과 비교해도 입주보증금이 매우 저렴한 편이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인근에 위치한 삼성아파트(1994년 건립)의 경우 전용면적 84.99㎡가 4억원 수준에서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준마아파트보다 이전에 건립된 정우아파트(1985년 건립), 벽산아파트(1985년 건립)의 경우에는 전세 실거래가가 2억5000만원에서 3억7000만원 정도로 형성돼 있다.

해당 사택의 입주보증금은 전용면적 84.01㎡ 기준으로 평균 3395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근처 실거래가 대비 6.8∼13.6%에 불과하다. 특히 직원들은 이 사택에 최대 15년까지 거주할 수 있어 국회 예산처는 이를 과도한 복리후생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마사회의 본청이 경기도 과천에 위치하는 점을 고려한다면, 혁신도시 등 지방지사의 파견·전보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사택이 제공되는 취지와도 배치된다.

반면, 타 공공기관의 사례를 수집해 본 결과 사정이 달랐다. 혁신도시에 위치한 한 에너지공기업의 경우 사택의 제공 취지에 한 해 주변 시세와 똑같이 제공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다른 기관 역시 지방에 파견을 가는 직원들을 대상으로만 사택이 제공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마사회는 최근 직원들에 대한 갑질 행위로 직무정지가 된 김우남 회장을 비롯해 저조한 공공기관 경영평가까지 악재가 겹친 가운데 또다시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국회 예산처는 '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 제37조 제1항4를 근거로 공공기관은 임직원에 대해 사회 통념상 과도한 복리후생제도 운영을 지양하도록 주문했다. 현재 국가공무원의 경우 본청이 위치한 지역에서 근무하는 직원에게는 특별히 사택을 제공하지 않는다.

국회 예산처 관계자는 "마사회는 준마아파트가 위치한 유사 지역 아파트 전세보증금 실거래가와 직원복지 부분을 함께 고려해 직원 부담 전세보증금을 적정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