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먹는다…건강·환경·동물보호에 꽂힌 250만 비건 인구

2021-08-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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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채식인구 2008년 15만명→2021년 250만명

‘가치 소비’ 바람 타고 비건 식품·대체육 급성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서울에 사는 직장인 최찬욱씨(32)는 최근 채식에 관심이 생겼다. 소·돼지 등 가축을 키우는 일이 탄소를 발생시켜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육류 소비를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계획이다. 최씨는 “고기를 아예 안 먹는 건 아니지만 대체육이나 샐러드 등 위주로 식습관을 바꿔보려고 한다”며 “다이어트도 하고 환경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채식을 꾸준히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씨처럼 유연하게 채식을 하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전체 채식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2008년 15만명에 불과했지만, 2018년 150만명으로 10배 늘었다. 지난해 200만명에서 올해는 25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비건(채식주의)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2000년대생)를 중심으로 가치관이나 신념을 기준으로 제품을 선택하는 ‘미닝 아웃’ 트렌드가 확산하면서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먹거리로 이어진 점도 비건 시장 확대에 한몫하는 모양새다.
 
◆ MZ세대 10명 중 8명 “나는 가치 소비자”
성장 관리 애플리케이션 그로우가 최근 MZ세대 92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가치 소비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은 자신이 ‘가치 소비자’라고 응답했다.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과 관련한 질문에서는 ‘제품·브랜드 선택 시 ESG의 영향을 받는다(5점 척도)’가 평균 3.5점을 기록했다. 이는 기업의 가치가 소비의 주요 기준이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ESG 활동 중 가장 관심이 높은 분야는 ‘환경(64.7%)’, ‘사회적 가치(29.3%)’, ‘지배구조(6.0%)’ 순으로 절반 이상이 환경을 택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CFRA는 글로벌 MZ세대의 주된 관심사인 친환경과 가치 소비 트렌드로 세계 채식 시장이 연평균 9.6%씩 성장해 오는 2030년에는 116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체질이나 식성의 이유로 채식을 찾는 사람이 많았다면 현재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미닝아웃을 앞세워 비건 제품을 선호하는 쪽으로 소비 계층의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미닝아웃’ 트렌드에 비건 시장 뛰어드는 기업들
MZ세대가 미닝아웃 소비에 열광하면서 식품기업들은 앞다퉈 채식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롯데제과는 지난 6일 100% 식물성 소재를 사용한 빵 ‘브이-브레드’ 브랜드를 론칭했다. 우유, 버터, 달걀 등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 대신 식물성 원료를 사용했다. 브이-브레드는 ‘건강한 식탁’, ‘건강한 식탐’이라는 2가지의 콘셉트로 운영될 예정이다.

건강한 식탁은 식사 대용 제품으로 구성되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사용해 담백한 맛을 강조한 ‘포카치아 식빵’과 오트밀을 이용한 ‘미니 오트 식빵’ 2종이다. 건강한 식탐은 제품의 맛을 강조한 간식용 제품으로 고소한 땅콩분태를 넣은 ‘피넛머핀’, 두유와 국내산 쌀가루를 사용한 ‘라이스 브라우니’ 2종으로 구성된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식문화가 확산하는 점과 식사 대용 빵으로 식물성 원료를 찾는 소비자를 위해 브이-브레드를 개발했다”며 “향후 편의점과 할인점 등 매장으로 판매 채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제과의 100% 식물성 소재를 사용한 빵 ‘브이-브레드’. [사진=롯데제과 제공]


오뚜기는 볶음밥, 라면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비건 간편식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그린가든 카레·모닝글로리볶음밥’ 2종은 최근 한국비건인증원으로부터 비건 인증을 받았다. 2019년 출시한 ‘채황’은 영국 비건협회 비건 소사이어티로부터 비건 인증을 받았다. 비건 소사이어티는 1944년 설립됐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비건 단체로 꼽힌다.

풀무원은 올해 하반기 주요 경영 전략으로 식물성 식품군 강화를 내세웠다. 현재 비건 라면과 김치, 비건 인증 대체 요거트 등을 출시한 풀무원은 ‘식물성 고기’ 등 20여종의 신제품을 추가로 출시할 예정이다.
 
◆ 식품업계 “급성장하는 대체육 시장 잡아라”
풀무원이 강화를 예고한 식물성 고기인 대체육은 최근 식품업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먹거리’다.

신세계푸드는 지난달 28일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Better meat)’를 선보였다. 첫 제품으로 돼지고기 대체육인 햄 콜드컷(슬라이스햄)을 출시했다. 신세계가 대주주인 스타벅스코리아는 콜드컷을 넣은 샌드위치를 판매 중이다. 이마트는 대체육을 연구하는 미국 농업테크기업 밴슨힐에 2차 투자도 단행했다.

농심그룹은 올해 초 ‘베지가든’ 사업을 본격화했다. 베지가든은 농심 연구소와 농심그룹 계열사인 태경농산이 개발한 식물성 대체육 제조기술을 간편식품에 접목한 브랜드다. 베지가든은 식물성 대체육을 포함해 조리냉동식품과 즉석 편의식, 소스, 양념, 식물성 치즈 등 총 27개 라인업을 갖추고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에 입점돼 판매되고 있다.

롯데네슬레코리아 네슬레프로페셔널 사업부는 글로벌 대체육 전용 브랜드인 ‘하베스트 고메’를 국내에 내놨다. 하베스트 고메 브랜드는 건강과 맛을 중시하면서도 육류 섭취를 줄이고자 하는 간헐적 채식주의자인 ‘플렉시테리안’을 겨냥했다. 롯데네슬레는 버거와 커틀릿 등 대체육을 판매 중이며 하반기 중 분쇄 형태의 ‘하베스트 고메 민스 2종’을 출시할 예정이다.

밀키트 전문기업 프레시지는 지난달 호주의 대체육 전문 기업인 브이투푸드와 국내 영업권 계약을 체결했다. 브이투푸드는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와 공동 개발한 식물성 대체육을 전 세계에 공급하는 기업이다. 프레시지는 올 3분기부터 대체육을 이용한 메뉴를 개발해 외식업체에 공급하고, 4분기부터는 대체육을 활용한 밀키트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그래픽=아주경제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전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19년 47억 달러(약 5조2664억원)에서 2023년 60억 달러(약 6조7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대체육이 2030년 전 세계 육류 시장의 30%를, 2040년에는 60% 이상을 차지해 기존 육류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대체육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육류 대신 건강하고 영양이 높은 식물성 단백질원을 찾는 이들이 늘고 환경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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