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한국 컵라면·소주 들고 찰칵…도한놀이에 빠진 일본 젊은이들

2021-08-1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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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한국 여행 막히자 한국 온 것처럼 노는 '도한놀이' 일본 SNS서 인기

"한국 아냐?" 한국 과자·컵라면·소주 들고 찰칵…일본 10~20대 여성 사이서 붐

주일한국문화원 "한국식 밥상 흉내 내기도 인기…일본서 진로 소주 판매율↑"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일본인 나츠미씨(20)는 호텔 침대 위에 김밥과 떡꼬치, 한국 과자를 올려놓고 사진을 찍은 뒤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물을 마시는 사진 속 페트병은 '제주 삼다수'다. 사진을 본 지인들은 "정말로 한국 같아(本当に 韓国みたい)"라고 댓글을 남겼다.

사진만 보면 한국을 여행하는 영락없는 일본인 관광객이다. 하지만 사진을 찍은 장소는 일본 도쿄 신주쿠 인근 호텔. 사진에 등장하는 한국 음식은 도쿄 내 코리아타운인 신오쿠보에서 산 제품들이다. 일본인에게 인기 여행지 중 하나로 꼽히는 한국 여행길이 코로나19로 막히자 여행 금단증상을 '도한놀이(渡韓ごっこ)'로 푸는 셈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0일 인스타그램에 도한놀이를 검색하자 이를 주제로 한 게시글이 1000개 이상 쏟아졌다. 섬네일(그림)도 한국 과자와 소주를 한곳에 모아놓은 사진부터 호텔에서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는 모습 등 각양각색이다.

도한놀이는 ‘건널 도(渡)+한국 한(韓)+흉내 내는 놀이(ごっこ)’를 합친 단어다. 쉽게 말해 한국을 여행하는 거처럼 논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호텔에서 김밥과 떡볶이, 소주 등 한국 음식을 차려 놓고 한국 드라마를 보며 한국 여행 기분을 내는 일종의 대리만족형 놀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여행을 가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자 여행 갈증을 도한놀이로 풀어내는 모습이다.

도한놀이는 특히 일본 10~20대 여성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식 화장법과 케이팝(K-POP),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가 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도한놀이에 더 적극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픽=우한재 기자]

 
도한놀이는 일본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사이에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일본 매체 아베마타임스에 따르면 마케팅 연구기관 시부야109랩이 '코로나 시대, Z세대 여행과 놀이 방식'을 주제로 529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들은 여성 모임을 가리키는 죠시카이(女子會)와 함께 Z세대 놀이 문화로 도한놀이를 꼽았다.

지난 10년간 죠시카이가 일본 10~20대 여성을 대표해 온 놀이 문화라는 점을 고려하면 도한놀이의 약진이 돋보이는 셈이다. 실제로 23만명의 팔로워를 지닌 인스타그램 미디어 패트렐(Petrel)이 실시한 일본 인스타그램 유행어 조사에서도 도한놀이는 약 36%를 차지하며 9위에 올랐다.

도한놀이가 일본 10~20대 여성을 주축으로 큰 인기를 끌자 '도한놀이 박스' 판매에 나선 업체도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인 온닷(ondat)은 도한놀이 박스에 서울 모양 스티커와 한국 호텔 용품, 편의점에서 산 과자 등을 담아 약 6만2000원에 판매 중이다. 이 박스를 구매한 한 일본인은 구매평에 "코로나19로 한국에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이 박스로나마 한국에 간 기분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다음에 한 번 더 구매할 계획"이라고 남겼다.
 

이커머스 플랫폼 온닷이 판매 중인 도한놀이 박스. [사진=온닷(ondat)]


한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던 야마시타 미치카씨(25)는 "일본 여성에게 한국 여행은 세련되고 우아한 이미지다. 예를 들어 귀여운 카페나 패션, 음식, 케이팝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이런 경험은 어렵게 됐고 간접적으로 한국 여행 기분을 만끽하려다 보니 도한놀이가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 SNS 트렌드로 빠르게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주일한국문화원 제공]

 
조은경 주일한국문화원 홍보팀장은 "도한놀이는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크게 늘고 있으며 SNS를 중심으로 퍼져 나가는 만큼 우리나라에 관심을 가지는 일본 젊은이들도 많아질 것으로 본다. 또 (도한놀이는) 경제 분야에도 긍정적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일본에는 한국식 밥상 흉내 내기도 큰 인기라 진로 소주 판매율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 팀장은 "주일한국문화원도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국식 인테리어 아이템 증정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도한놀이가 짧은 유행으로 끝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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