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4단계라도 계획이 다 있구나…회식 장소된 회의실·차고지

2021-08-0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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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국에 회사서 회식" 네이버 지식인·블라인드서 잇따른 문제 제기

4단계 조치로 식당서 회식 막히자 공기업·사기업 가리지 않고 '꼼수 회식'

카카오는 '회의실 술판' 의혹·소방서는 차고지서 '음주 회식'

직장 내 감염 우려한 WHO "비대면 근무 고려하고, 식사는 되도록 혼자"

거리두기 4단계로 한산한 식당. [사진=연합뉴스]
 

짧고 굵게 끝내겠다던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4단계·비수도권 3단계)가 두 차례 연장되며 한 달 동안 이어지자 사내 회의실과 차고지에서 술판이 벌어지고 있다. 식당 운영 시간 제한과 사적 모임 인원 제한 등 방역 감시망을 피하고자 이른바 '꼼수 회식'을 부리는 셈이다. 최고 수준의 방역 조치도 회식 문화를 끊어내지 못하자 직장을 고리로 한 집단감염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9일 네이버 Q&A 서비스 '지식인'에 따르면 4단계 시행 중에 회식을 강행하는 회사를 신고할 수 있는지 묻는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한 글쓴이는 '이 시국에 회식하는 회사 신고하면 직원도 처벌받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4단계인 와중에 회사가 사무실에서 회식을 한다고 한다. 강제로 참여해야 하는 상황에서 회사 측을 몰래 신고하면 직원도 같이 처벌받는 건 아닐지 걱정이다"라고 질문했다. 콜센터에서 근무 중이라고 밝힌 다른 누리꾼도 "직원이 50명 이상인 곳이지만, 회사 측이 문을 닫고 (사내에서) 회식을 강행한다고 한다"며 신고 과정을 구체적으로 물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4단계에서는 각종 행사나 사회·경제적 활동을 크게 제한하고 있지만, 기업의 필수 경영 활동이나 공무에 필요한 경우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다만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에 따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목적을 지닌 사람들이 5인 이상 동일한 시간대에 모일 수는 없다. 직장 회식도 사적 모임에 해당해 오후 6시 이전에는 4명, 6시 이후로는 2명까지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회사는 저녁 회식 자리를 사내에서 진행하면서 방역 감시망을 피한다는 지적이다.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도 4단계 조치를 비웃듯 사내 회식을 하는 회사를 꼬집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이용자는 "4단계 격상에도 불구하고 회사 사람들이 술자리를 가지고 있다. 이 중에는 에어비앤비 숙소를 빌려 6~8명이 술을 먹고 논다. 4단계로 약속이 줄줄이 취소되는 마당에 암암리에 모여 술을 마시는 게 일반적인가"라고 비판했다.
 

[사진=카카오 제공]
 

실제로 이런 꼼수 회식은 공기업과 사기업을 가리지 않고 이뤄지고 있다. 앞서 지난 4일 블라인드에는 '라이언 회의실에서 밤늦게까지 술판 벌여도 됨?'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4층에서 일하는 직원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카카오 본사 3층에 있는 라이언 회의실에서 임직원 약 10명이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술자리를 가졌다고 폭로했다. 카카오 본사가 있는 수도권은 4단계가 시행 중이라 오후 6시 이후로 3명 이상 모일 수 없다. 목격담이 사실이라면 술자리 참석 인원뿐만 아니라 카카오 자체가 방역수칙 위반으로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글쓴이는 "중앙 복도까지 다 들릴 정도로 시끄러웠다. 무슨 일인가 했는데 화장실에서 얼굴에 벌게진 여자가 나오더니 라이언 회의실로 들어갔다. 안에는 술병이 널브러져 있고 떠드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해당 장소에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신임하는 인물인 임원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회의실에서 술판을 벌였다는 폭로 글에 비판이 쏟아지자 카카오 측은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며 이후 회사 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차고지를 회식 장소로 삼아 술잔을 돌린 공무원들도 있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인천의 한 소방서는 수도권 지역에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됐던 5월께 차고지에서 간부급 4명을 포함해 소방관 17명이 단체 회식을 했다. 이날 회식은 소방서 간부가 휴일에 근무하는 소방관들을 격려하겠다며 연 자리였지만, 근무시간 중에 술이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은 회식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감찰 조사를 진행하면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오후 6시 이후 2인까지 모임 허용. [사진=연합뉴스]
 

주로 회식은 직원 격려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회식을 고리로 한 집단감염이 확산할 경우 직원 임금과 회사 매출 등 양측 손해는 불가피하다. 그렇다 보니 재택근무 비중을 늘려 회식을 자제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회식을 통한 감염 가능성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직장 내 감염을 우려한 세계보건기구(WHO)도 최근 새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원격 근무를 통해 근무지 내 인구 밀집도를 낮추는 것이 주요 골자다. WHO는 직장 내 감염 원인으로 근무자 간 밀접접촉, 식사공간 공유, 출장 등을 지목하면서 비대면 근무를 고려하고, 식사는 되도록 혼자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코로나19 확산세 속에 이뤄지는 회식 강요는 새로운 형태의 직장 갑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은 "방역지침을 위반한 회식 강요에 대해서도 고용노동부가 보건복지부나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조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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