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은 100%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의 지분 매각을 진행 중이다. 최대 49%의 지분을 매각할 예정으로 사모펀드 운용사인 글랜우드 PE와 스틱인베스트먼트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M&A 전문가들은 글랜우드 PE를 유력한 후보로 꼽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글랜우드 PE는 대기업의 생리를 잘 파악하고 있다"면서 "(글랜우드는) 대기업과의 딜에서 주고 받기를 유연하게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라고 말했다.
글랜우드 PE의 인력 구성을 보면 대기업 이해도가 높다는 것이 수긍이 된다. 글랜우드 PE는 이상호 대표와 정찬욱 부대표 등이 핵심 인력인데, 이 대표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비서실장의 아들이다. 또한 이 대표와 정 부대표는 삼성전자 재경팀 출신이다.
CJ올리브영은 CJ올리브네트웍스와 함께 CJ그룹 승계 작업의 '맥점'이 되는 계열사다. 또한 매각 대상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전 CJ제일제당 부장(6.88%) △이 회장의 동생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5.39%) △장녀 이경후 CJ ENM 부사장(2.65%) 등 오너 일가 지분이 포함됐다.
당시 CJ가 올리브영의 기업가치로 `2조원 ± 10%'를 제시한 탓에 많은 예비입찰 후보자들이 중도 이탈했으나 JKL파트너스과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막판까지 글랜우드와 경합했는데 최종 승자는 글랜우드였다.
당시 올리브영의 지분 매각 가격이었던 1조8300억원은 가치평가 시 자주 쓰이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배수(멀티플) 기준으로 16~17배 수준이었다.(기준 EBITDA 1430억원) 과거 사례로 거론됐던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 당시 10~11배, 당시 GS리테일의 종가(지난해 12월 24일 종가 3만 4450원) 기준 약 8배와 비교할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게다가 동반 매도청구권(Drag-along), 매수청구권(Put Option) 등의 조건이 없었다. 이는 글랜우드가 CJ에 부담을 주지 않았다는 의미다. 더불어 글랜우드 입장에서는 안전장치 없이 매수한 것이다. CJ 입장에서는 프리(pre) IPO 성격의 딜이었기에 IPO에 도움을 줄 동반자가 필요했었는데 이 점을 글랜우드가 이해하고 함께한 것으로 풀이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글랜우드는 CJ올리브영 딜에서 CJ그룹의 상황을 이해하고 동반자 역할을 자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이번 SK종합화학 소수 지분 매각에서도 CJ올리브영 선례가 글랜우드의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이번에도 입지가 애매하다. IB 업계 관계자는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인력 유출이 잦은 편에 속하는 하우스"라며 "대기업들의 딜에서는 잦은 인력 교체는 감점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재계 관계자는 "스틱인베트스먼트는 과거 있었던 SK인천석유화학 소수 지분 매각 전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과 껄끄러워 졌다"면서 "8년 전(2013년) 일이다 보니 잊혀질 만도 하지만 지금도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