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잇단 악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국의 규제가 잠잠해지자, 이번에 사내 성추문에 휩싸이면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중국 경제매체 제몐에 따르면 전날 알리바바 직원들이 조성한 ‘807 사건에 대한 알리인의 알리인 돕기’ 단체는 성명을 내고 “현재 6000명의 직원이 단체에 참가했다”며 “알리바바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 방지 제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11페이지 분량에 달하는 이 글에서 여직원은 “지난 25일 출장 중 팀장 왕첸밍과 고객사와의 만찬 자리에서 억지로 술을 마시게 돼 의식을 잃었는데, 호텔 CCTV를 통해 왕씨가 방으로 4차례 드나든 사실이 확인됐다”며 “어렴풋이 그가 성추행한 기억이 떠오른다”고 폭로했다.
그런데 그의 글에서 여론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점은 알리바바 측의 대응이다. 피해를 주장하는 여직원은 “출장을 마치고 본사로 돌아온 뒤, 소속 부서 간부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왕씨를 직무에서 배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며 “오히려 피해 폭로 글을 삭제하고, 피해 고발을 외면했다”고 했다.
알리바바는 뒤늦은 대응에 나섰다. 이 여성이 쓴 글이 회사 내부 게시판을 통해 알려지고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 웨이보에도 알려져 논란이 커지면서다.
장융 알리바바 회장은 "충격적이다. 분노와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사과하며, 경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성명을 통해 ”알리바바 그룹은 성범죄에 대해 무관용 정책을 갖고 있으며 모든 직원의 안전한 직장을 보장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한다”며 ″의심되는 관련자를 징계하고 진행 중인 경찰 수사를 지원하기 위해 특별 내부 테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장 회장의 이 같은 대응에도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알리바바 직원들이 직접 나서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향후 회사 내 성추문 관련 대응 시스템 구축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여론도 악화하고 있다. 일부 중국 여성운동가들은 알리바바를 포함한 빅테크 기업의 긴 노동 시간과 여성혐오, 성비 불균형 등 탓에 업계 성추행이 만연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번 사건은 당국의 고강도 규제로 매우 민감한 상황에 놓인 알리바바가 모든 면에서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발생했다. 중국 당국의 빅테크 규제 타깃 대상이었던 알리바바는 지난 4월 당국으로부터 역대 최고인 3조원대 반독점 벌금을 부과받았고 이후에도 여러 압박이 지속되고 있다. 알리바바의 큰 타격이 예고되고 있는 이유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알리바바가 거센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각종 악재가 겹친 알리바바의 주가 하락도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실제 이날 홍콩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 주가는 장 시작 직후 3% 하락한 185홍콩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