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목적세 신설 외친 이재명···기본소득 ‘연 100만원’의 딜레마

2021-07-23 00:00
  • 글자크기 설정

이재명 "1인당 연 100만원, 청년은 100만원 추가 지급"

전문가들 "재정구조 잘 따져야"

이재명 경기도지사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표적 정책 브랜드인 ‘기본소득’이 조금씩 베일을 벗자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취지는 알겠으나 방식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 지사는 2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본소득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에 나섰다. 이 지사가 구상한 기본소득은 전 국민에게 1인당 연 100만원을 지급하고, 19세부터 29세까지의 청년 약 700만명에게는 청년기본소득 명목으로 1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것이다.
즉 4인가족의 경우 연 400만원이 지급되는데, 이 중 청년이 있다면 추가로 100만원이 더 지급되는 방식이다. 이는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며, 임기 개시 다음 연도인 2023년부터 1인당 25만원씩(4인가구 100만원) 1회성으로 시작해 임기 내에는 최소 4회(4인가구 400만원) 이상으로 늘어날 계획이다.

이 지사는 재원마련 방안으로는 먼저 일반재원 및 조세감면분, 긴급한 교정과세(기본소득 토지세와 탄소세)로 마련하고, 차차기 정부부터는 기본소득목적세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방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경제학 박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목적세는 특정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과징하는 조세로, 일반 경비에 충당하기 위해 징수되는 일반세와 구분된다”며 “탄소세와 디지털세, 로봇세 등은 나름의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는 새로운 조세 형태지만 전면적으로 시행이 더딘 이유는 부과되는 조세가 결국 기업과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선진국들도 부분적으로만 검토하거나 시행하고 있다”며 “이를 우리나라만 독단적으로 부과할 경우 글로벌 4차 산업혁명 경쟁에 뒤처지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지방세인 재산세, 국세인 양도소득세와는 별도로 종합부동산세를 중과하고 있고, 이미 재산 관련 조세의 부담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을 넘어서 여기에 토지소득세를 더 부과하기는 쉽지 않다”며 “설사 단일 세목으로 기본소득목적세가 타당하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중장기 재정구조상 증세 여건에 적합한지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19.2%로, 여기에 사회보험료 부담을 합한 국민부담률은 27.2%다. 사회보장위원회의 2018년 제3차 사회보장중장기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사회보장제도를 고정한다는 전제하에서도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 대비 사회보장지출은 작년에는 11.7%였으나, 2060년에는 28.2%로 높아질 전망이다.

이 지사는 이날 재정구조 개혁과 예산절감, 예산 우선순위 조정, 물가상승률 이상의 자연증가분 예산, 세원관리 강화를 통해 25조원 이상을 마련하고, 연간 60조원을 오가는 조세감면분을 순차적으로 축소해 25조원 이상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미 국가적으로 매년 100조원가량의 재원이 마이너스인 상황이다. 이는 전부 코로나19 상황 때문만은 아니고 이미 앞선 정부에서부터 재정이 악화됐었다”며 “이 지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예산절감 등으로 재원을 마련해도 이미 마이너스인 재정을 메우는 것이 국가적 차원에서 해야 할 우선순위다. 기본소득은 후순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재정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그런데 이와 관련한 재정 준비는 전혀 하지 못했다. 이런 문제에 대한 재원조달 방법을 마련하고 기본소득과 같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조세감면분을 순차적으로 축소하는 방법 역시 녹록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우리나라 조세감면 추정액은 53조9000억원인데, 사회복지, 보건,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농림수산 등 4대 분야에 85.7%가 집중돼 대부분 폐지가 쉽지 않다”며 “기본소득 도입의 가장 큰 목적이 양극화 해소에 있다고 하면서 주로 취약 분야에 몰린 조세지원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감면 안 해줘도 되는 사람들에게 감면을 해줬던 것이 아닌 만큼 이 지사가 주장하는 대로 하는 것은 그야말로 마른 수건을 짜내는 격”이라며 “기본소득을 주자고 어려운 계층의 세금감면을 끊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랬으면 문재인 정부에서 이미 다 깎고도 남았다”고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탄소세·데이터세·로봇세 등 새로운 세금으로 재원을 조달하자고 하는데 석유처럼 특정 자연자원을 국가가 직접 보유하고 이를 통해 대규모 수입을 거둘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런 특정 목적의 세원으로 대규모 재원이 필요한 기본소득의 예산을 계속 조달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만약 기본소득처럼 보편적 지출을 계획한다면 결국 3대 주요 세원인 소득세·부가가치세·법인세 가운데 하나를 인상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법인세는 국가 간 조세 경쟁이 심해 추가 인상 시 기업 활동에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고, 부가가치세 인상은 조세 저항이 심할 뿐만 아니라 소득과 관계없이 적용되기 때문에 소득이 낮은 사람이 부담을 더 느끼는 역진성 문제가 있다. 소득세도 이미 고소득자 세율은 상당히 높아서 실제로 고소득자에 한정해 세금을 인상하면 재원을 크게 확보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