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먹통 사태’ 백신 사전 예약, 뒷문은 열려있었다

2021-07-2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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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사전 예약 때마다 홈페이지 문제 반복 발생

일부 대상자는 우회 경로 이용한 '뒷문 예약' 시도하기도

전문가 "민간이나 관련 기관과 협력해서 문제 해결해야"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전예약을 받는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접종 대상자가 예약을 위해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시스템상 오류가 발생하는 반면 일부 예약자는 ‘뒷문’으로 들어가 빠르게 예약에 성공했다는 인증글을 남기는 등 혼란이 발생하는 중이다. 
 
혼란 못 피하고 논란만 가중된 '사전 예약'
21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50~54세(67~71년생)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백신 사전 예약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사전 예약 방법은 온라인이나 1339, 지자체 콜센터 등 전화를 통해 가능하다. 오류가 발생한 부분은 사전 예약 전용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예약 방법이다.
19일 오후 8시에 열린 53~54세 백신 접종 사전예약 홈페이지는 시스템 오류를 이유로 2시간 뒤인 오후 10시에 다시 열렸다. 당시 오후 8시에 예약이 시작됨과 동시에 접속자가 몰리면서 서버가 먹통이 되자 당국이 2시간 만에 서버를 증설한 것이다. 하지만 서버를 증설했음에도 접속 대기 현상은 지속됐다.
사전 예약 홈페이지가 먹통인 와중에 우회 경로를 이용한 ‘뒷문 예약’ 사례도 나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접종 예약에 성공했다는 인증글이 속속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제어판에 들어가 ‘자동 시간 설정’을 끄고 시간을 21일 오후 8시 이후로 바꾸면 된다”며 컴퓨터 시간을 바꿔서 백신 예약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했다.

다른 누리꾼은 “휴대전화에서는 ‘비행기 모드’를 켰다가 약 3초 후 다시 끄고 새로 고침을 누르면 대기가 사라진다”고 전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컴퓨터 웹브라우저에서 F12키를 이용해 개발자 모드-콘솔로 들어간 뒤 특정 명령어를 입력하면 대기를 무시하고 바로 넘어간다”고 소개했다. 해당 글들이 소개한 방법 아래에는 “따라 하니 예약에 성공했다”며 감사를 표하는 댓글이 달렸다.

백신 사전 예약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14일 55~59세를 대상으로 한 사전 예약 홈페이지는 접속을 위한 대기 단계를 뛰어넘고 곧바로 예약 페이지로 연결되는 링크가 열리기도 했다.

접종 대상자임에도 ‘사전예약 대상자가 아니다’라는 알림이 뜨고 예약을 할 수 없는 상황도 나왔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 시간을 추출하는 코딩에 오류가 발생해 시스템이 시간을 잘못 인식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지난 8일 유치원·어린이집·초등학교 1∼2학년 교사와 돌봄 인력을 대상으로 실시한 예약 과정에서는 2시간 넘게 접속 장애로 홈페이지가 ‘먹통’이 된 바 있다.
 

코로나19 백신 사전 예약 대기 화면. [사진=정석준 기자]

홈페이지 문제는 20일 50~52세를 대상으로 사전 예약을 받는 과정에서도 일어났다. 백신 예약을 시도한 A씨는 “대기 인원이 0명이 되는 순간 예약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튕겼다. 다시 처음부터 기다렸다”고 말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본인 SNS를 통해 “30분 기다려 드디어 '0명'이 되는 순간 첫 화면으로 복귀됐다. 망연자실해 한참 기다리다 들어가 보니 고객님 앞 14만명이었다”고 전했다.

백신 예약 뒷문은 여전히 열려있었다. 한 누리꾼은 “와이파이를 껐다가 켜는 것을 반복하면 대기열이 줄어든다”고 전했다. 실제로 기자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예약 대기 화면에서 와이파이 접속을 껐다가 켜니 대기 차례가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다만 모든 대기열이 줄어들고 나서는 예약화면이 아니라 다시 대기 화면으로 돌아왔다.

이러한 ‘뒷문 예약’이 성행할 수 있는 이유는 시스템 설계가 잘못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지금은 한꺼번에 접속자가 몰리면 큐를 잡고 있다가 서버가 가용상태가 되면 큐를 넘기는 구조다. 큐를 넘겨주는 과정에서 새치기하는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코드뿐만 아니라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민간 협력해 서버 확보하고 버그 문제 해결해야"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 화면. [사진=연합뉴스]

백신 사전 예약 관련 논란이 계속되자 당국도 외양간 고치기에 나섰다.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백신 예약시스템 오류에 대해 관련 참모들을 질책하고 강력한 대응책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백신 접종 예약시스템의 원활한 가동을 위해 질병관리청 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범정부적 대응을 당부했다.

전문가도 범정부적 대응이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임 교수는 “이번 사태는 수요 예측도 잘못했고 버그가 나오는 이유는 소프트웨어 설계를 잘못했기 때문이다. 정부에 IT 관련 산하기관이 많다. 보안 때문에 아웃소싱할 수 없다면 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설계를 해야 했다”고 제안했다.

이어 “서버 증설 등은 민간 업체 도움을 받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아직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시스템을 분석해 버그를 찾으면서 동시에 아예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고 덧붙였다.

방역 당국은 원인을 조사하고 대책을 강구 중이다. 정우진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시스템관리팀장은 20일 온라인 정례 브리핑에서 “접속자가 쏠려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네이버 클라우드 측에 대응을 맡긴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 팀장은 “비행기모드 같은 경우 조치를 취했고 그 이외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지만, 기관과 협의를 통해서 우회경로 원인을 분석하고 반영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매번 개통하면서 우선예약자 대상자 일정, 방법 등이 조금씩 바뀌다 보니 세심하게 그 시스템 코드들을 정교하게 확인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대단히 송구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시적인 현상 해결을 위해 재원을 투자하거나 개인정보보호를 공유한다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여준성 보건복지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본인 SNS를 통해 “재원을 들여 서버를 충분히 확보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예약 기간은 충분하고 언제든 예약만 하면 누구나 접종이 가능한 상황에서 서버 증설은 향후 재원 낭비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 팀장은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것보다 타 사를 통해서 개발 요청하는 것이 시간 소요가 느릴 것 같아 고려하지 않는 중이다. 개인정보보호 원칙에 따라서 과도한 개인 정보를 네이버나 카카오를 통해 제공해야 하는 이슈도 있다"고 전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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