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만 해도 10억원으로 서울 반포자이 전용면적 84㎡ 살 수 있었죠. 2017년에는 잠실 리센츠가, 2018년 초반까지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가 동일면적이 10억원 수준이었고요. 올해요? 올해 10억원으로 신축 랜드마크 사려면 경기도나 인천 가야죠. 요즘은 서울에 아파트 보유한 사람은 백만장자라고 보면 돼요." (서울 강남구 공인중개업소 대표)
#. "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는데 저는 집값에 떠밀려서 갑니다. 탈서울 행렬은 무시무시한 서울 집값 피해 떠나는 피난길이라고 볼 수 있죠. 경기도나 인천 아파트 알아보니, 서울 접근성 좋고 학군 괜찮은 곳들은 억 소리 나게 올랐더라고요. 부동산값 따라 떠도는 유목민 생활, 그만하고 싶네요." (양천구 전세입자 40대 직장인 강모씨)
서울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무주택 서민들의 신음이 깊어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집값 상승세가 인천, 경기도 등 수도권으로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탈서울마저 쉽지 않은 일이 돼버렸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호재가 있거나 서울 인근 지역들로 수요가 쏠리면서 경기도와 인천 집값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고 있다.
경기도 전용 84㎡ 15억 이상 우르르…20억 넘본다
세부적으로 보면 고양 일산 2건, 과천 47건, 광명 2건, 성남 분당 71건, 성남 수정 11건, 수원 영통 19건, 의왕 2건 등이다. 작년에는 과천 51건, 성남 분당 64건, 성남 수정 3건, 수원 영통 4건이었다. 중소형 15억 클럽 아파트가 나온 지역이 경기도 내 4곳에서 일산, 광명, 의왕 등이 더해져 7곳으로 늘었다.
20억원 이상 거래도 나왔다. 경기 과천시 원문동 과천위버필드 전용 84㎡는 올해 6월 20억1000만원에 팔렸다. 과천 중앙동 푸르지오 써밋 전용 84㎡는 지난 4월 20억5000만원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경기도에서 전용 84㎡가 20억원을 넘은 거래 사례는 없었다.
20억원대 돌파를 앞둔 단지들도 있다. 경기 성남 분당구 백현동 백현마을 2단지 주공은 올해 2월 19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백현마을 5단지 주공 전용 84㎡는 올해 6월 19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부천은 가격대가 비교적 저렴한 편이지만 오름폭이 크다. 경기 부천 여월동 여월휴먼시아(4단지) 전용 84㎡는 6월 18일 9억3000만원에 계약했다. 2019년만 해도 5억~6억원대 수준이었다. 경기 부천 상동 행복한마을 전용 84㎡는 올해 6월 9억2000만원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올해 1월만 해도 6억9200만~7억원대 수준이었다.
아파트 평균 매매가의 오름폭도 크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 6월 현재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11억4283만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9.48% 상승했다. 경기도의 경우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년 전보다 25.18% 치솟은 5억3319만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서울과 인접한 지역을 위주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고양시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년 새 45.6% 상승했다. 김포시는 45.0%, 의정부시는 44.5% 각각 치솟았다. 안산시(37.7%), 시흥시(37.6%), 용인·광주시(37.4%), 양주시(35.5%), 의왕시(35.1%) 등도 많이 올랐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무원마을(두산)’ 전용 71.55㎡는 지난해 6월 17일 3억7000만원에 실거래가 이뤄졌지만, 올해 6월 11일에는 6억200만원에 거래가 이뤄지면서 1년간 2억3200만원 올랐다.
망하면 간다고? 인천도 10억 클럽
인천 집값도 오름세가 가파르다. 중소형 면적에서 15억 초과 거래는 아직 없으나 10억원을 넘긴 단지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인천 중소형 면적(전용 60~85㎡) 10억원 이상 거래는 총 20건에 달한다. 작년에는 3건뿐으로, 송도 더샵 퍼스트파크와 송도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두 개 단지뿐이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10억원 초과 단지는 청라국제금융단지한양수자인레이크블루, 송도더샵마스터뷰, 송도더샵퍼스트파크, 송도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송도 아메리칸 아이파크 등 총 5개 단지로 늘었다. 최고가도 10억7000만원에서 11억5000만원으로 올랐다.
10억 이하 단지들의 경우 오름폭이 크다. 특히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B노선 호재를 앞둔 인천 구도심인 부평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인천 부평구 삼산동 삼산타운 6단지 전용 84㎡는 올해 5월 8억2500만원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4월 7억5000만원에 신고가를 기록하고 한달 만에 7500만원이 올랐다. 작년만 해도 해당 단지 면적의 가격은 5~6억원대 초중반 수준이었다.
인천 부평구 산곡동 부평아이파크 전용 84㎡는 올해 4월 7억6500만원 계약했다. 또한 부평산곡 푸르지오 전용 84㎡는 올해 7월 7억7000만원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작년만 해도 5억원대~6억2000만원 수준이었다.
대출도 청약도 막혔다…"집값 무서워 떠나는 피난길"
경기도나 인천의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데는 넘사벽이 돼 버린 서울 집값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최근 의왕에 자가를 마련한 직장인 박모씨는 "직장이 서울인 만큼 끝까지 서울에 남고 싶었다"면서도 "서울 무주택자로 남아봤자 아파트 청약에 당첨될 확률도 없고, 전셋값에도 치이는 등 벼락거지 면할 길이 도통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청약 가점이 치솟으면서 경기도로 청약 수요가 몰리자, 경기 외곽 지역까지 청약가점이 치솟고 있다. 최근 당첨자를 발표한 안양 동안구 ‘평촌트리지아’의 전용 74㎡ 타입에는 74점짜리 통장이 접수됐다. 전용 59㎡A·B 타입 또한 당첨자 최고 가점이 69점에 달했다. 당첨자 평균 가점은 60.3점이었다.
더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무주택자 대출 규제 완화의 혜택을 볼 실수요자는 매우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달부터 부부합산소득 기준이 종전 8000만원에서 9000만원 이하로 상향 조정되고, 생애 최초 구입자는 종전 9000만원에서 1억원 미만으로 오른다. 주택가격 기준도 투기과열지구는 종전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담보인정비율(LTV)은 투기과열지구일 경우 6억원 이하에 60%, 6억~9억원 구간에 50%를 적용한다.
이와 관련해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서울 집값이 너무 올라 웬만큼 대출을 받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는 수준이 돼버렸다”며 “더구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는 한 무주택자 대출 완화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실수요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