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전국이 풍전등화다. 지난 12일부터 수도권에선 '봉쇄령'에 가까운 사상 초유의 새로운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됐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물론 비수도권 확진자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거리두기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것과 비교하면 상황이 급반전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섣부른 결정이 사태를 키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3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전국 코로나19 확진자가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7일 연속 1000명이 넘으며 ‘4차 대유행’에 돌입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정부가 스스로 현재와 같은 위기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영국과 미국, 이스라엘 등이 델타 변이 확산으로 혼란에 빠졌을 때 우리 역시 델타 변이의 폭증에 대비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6월 말까지만 해도 방역당국은 텔타 변이는 도입 초기라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동시에 7월부터 ‘새 거리두기’를 준비하며 실외 노마스크 및 최대 8인 사적모임 가능, 밤 12시 식당·주류점 운영 허용 등 축포를 너무 일찍 터트렸다.
결과는 ‘4차 대유행’이다. 전문가들의 우려와 경고를 외면한 결과는 처참했다. 사실상 오후 6시 이후에는 단 2명만 사적모임이 가능한 ‘통금(봉쇄)의 시대’와 마주하게 됐다.
◆ ‘델타 변이’ 몰아치는데, ‘거리두기 완화’에 취했다
“영국과 미국, 이스라엘 등 코로나 방역 선진국들이 인도발 ‘델타 변이’로 혼란을 겪을 당시 정부는 뒷짐을 지고, ‘7월 거리두기 완화’라는 김칫국을 마시는 데 정신이 팔렸다. 방역전문가들이 아무리 반대를 해도, 거리두기 완화가 섣부른 판단이라고 위험 신호를 보내도 소용 없었다. ‘K방역’의 성과에만 심취해 ‘4차 대유행’을 부른 정부의 인재(人災)나 다름없다.”
의료방역 전문가들은 현재의 4차 대유행에 대해 정부의 섣부른 결정이 부른 인재로 평가하고 있다.
방역전문가의 경고 메시지보다 ‘K방역’의 축포를 먼저 터트린 안전 불감증, 공무원 집단의 보신주의(保身主義) 관행이 현재의 사태를 불렀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의 무사안일(無事安逸)이 이번 사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정 교수는 “백신 1차 접종을 30%까지 했고, 날도 따뜻해졌기 때문에 대유행이 터지지 않게 조정할 수 있었다”면서 “문제는 6월 중순부터 확진자가 다시 증가했는데, 그걸 정부가 간과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당시 휴대전화 이동량, 교통량이 늘었는데도 정부는 이를 보며 ‘괜찮겠지’ 하면서 내버려 뒀다. 이후 소비진작 등을 펼치면서 방역 경각심이 다 풀어졌다”며 “정부가 국민에게 잘못된 사인을 보낸 것은 확실하다. 총리가 사과했는데, 이례적으로 잘못했다고 인정할 정도로 잘못이 확실했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국민 생명을 지키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의무인데, 대유행으로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있다”며 “자영업자는 물론 사회 전체가 멈춰버렸는데, 타격에 대한 정부 책임이 한없이 크다”고 꼬집었다.
또 그는 “일일 확진자가 2000명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 말하진 못하겠다”며 “거리두기 4단계로 2주 동안 확진자를 줄여놓더라도 델타 변이가 주력이 되면 그때는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수도권에 한정된 2주간의 일시적 거리두기 강화가 아니라 전국을 위시한 사회 전반의 방역강화가 시급하다는 견해도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지난 대유행에도 정부가 방심하고 방역을 느슨히 할 때 확진자가 터져나왔다”며 “정부의 수도권 4단계 거리두기 조치도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3차 때와는 다르게 ‘델타 변이’라는 변수가 있어 굉장히 크게 확산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음 주 역시 계속해서 확진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당장 2주간 시행되는 방역지침으로는 현재의 확산세를 막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천 교수에 따르면 수도권 4단계 시행뿐 아니라 비수도권 역시 확산세가 퍼지고 있기 때문에 보다 강력한 거리두기가 함께 적용돼야 한다. 해외입국 역시 문제다. 델타 변이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이라 해외 입국자 역시 백신 접종을 완료했더라도 격리를 해야 한다는 게 천 교수의 판단이다. 또 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코로나 진단검사 건수 역시 늘려야 한다.
이 밖에 천 교수는 “회사들도 재택근무를 권장해야 하고, 학교도 빠른 시간 내에 방학에 들어가는 등 사람 간 접촉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8~9월까지 기다릴 수 없기 때문에 7월에도 적극적인 백신 수급을 위해 전방위적인 정부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 ‘고위험군’ 백신 접종에 사활 걸어야…“싱가포르·영국 같은 패러다임 전환 필요”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수도권, 고3 수험생 등 특정 지역과 집단에 대한 백신접종에 치중할 게 아니라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 교수는 “국내 1차 접종률 30%, 접종완료율 10%는 전파 차단에 충분한 수치가 아니다”라며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률을 최대한 늘려 중환자와 사망자를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원인은 “전파력이 높은 변이 바이러스의 유입과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피로감에 있다”며 “정부가 7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다는 신호를 보냈기에 국민들이 방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거리두기 완화 등 잘못된 방침을 세우면서 자칫 8월 말까지 평균 1400명이 넘게 확진자가 발생하거나 더 나아가 일평균 2000명 이상 확진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정 교수는 정부가 인도발 ‘델타 변이’의 폭발적인 감염력을 우습게 본 것도 현재의 사태를 부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고위험군인 기저질환이 있어 감염 시 위험이 높은 당뇨병, 만성신장질환자 등에 대한 신속하고, 선별적인 백신 접종이 시급하다”며 “최소한 전체 국민 접종률 70%를 달성하기까지는 거리두기와 백신접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방역당국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 교수는 고령층 우선 접종을 강조했다. ‘코로나19’ 치명률을 낮출 수 있는 근본 대책이라는 판단에서다.
또 정 교수는 50대 이상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이 완료되면 방역 패러다임 전환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기본 방역 체계로는 버티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백신 접종률이 높은 영국과 싱가포르가 봉쇄 등을 중단하고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시도하듯 우리나라도 코로나 방역 패러다임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