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에 먹힐라"…금융권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 고심 계속

2021-07-1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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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등 금융권, 수수료·금리경쟁·플랫폼 종속 우려…"결정된 바 없다"

당국 “핀테크 아닌 은행이 중심”…6개월 이하 대환 제한 요구엔 난색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는 10월 출범을 목표로 추진 중인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를 놓고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수수료와 영업시간, 플랫폼 등에 있어 금융권 입장을 적극 반영하겠다며 달래기에 나서고 있으나 빅테크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위기감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어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대환대출 플랫폼’에 참여하는 은행과 핀테크 등 이해당사자들과 연달아 간담회를 갖고 의견 수렴에 나서고 있다. 12일에는 저축은행과 카드사, 캐피탈 등 2금융 임원들과의 간담회가 예정돼 있고 이르면 다음달 각 업계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대환대출 플랫폼 관련 협의체가 본격 출범할 예정이다.

그러나 분주한 금융당국과 달리 금융권은 플랫폼 참여에 여전히 뚜렷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단순 중개 기능을 수행하는 핀테크 플랫폼에 대한 수수료 부담이 과도하다는 점, 금융권 내 제 살 깎아먹기식 무한금리경쟁 우려, 플랫폼 서비스 24시간 운영을 주장하는 핀테크사와 의견 차를 보이며 반발 기류를 내비치고 있다.

특히 은행권은 핀테크가 주도하는 플랫폼 참여 자체에 난색을 표하는 모습이다. 금융회사들이 자체 플랫폼 강화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핀테크 기반의 플랫폼 서비스 참여는 궁극적으로 빅테크에 상품만 제공하고 주도권을 빼앗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일각에서 은행권 또는 공공이 운영하는 ‘제3의 대환대출 플랫폼’을 만들자는 주장이 제기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이끄는 대환대출 플랫폼 자체는 좋은 취지이니만큼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원칙을 갖고 검토 중”이라면서도 “그러나 토스나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기반의 플랫폼 참여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도 은행권과 입장이 비슷하다. 이들 역시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 이용에 따른 판매 수수료 부담과 더불어 대환대출 대상의 구체적인 범위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카드사의 경우 카드론의 중도상환수수료가 없어 잦은 ‘대출 갈아타기’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과도한 대출 갈아타기에 나설 경우 금융회사는 플랫폼에 그만큼의 수수료를 고스란히 부담하고 우수고객은 놓치는 악순환만 반복될 수 있다”며 “그래서 대출 실행 6개월이 지난 건에 대해서만 대환대출 이용이 가능하도록 당국에 건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반발을 의식한 듯 플랫폼 인프라 구축에 있어 금융권 입장 반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당국은 은행권이 주축이 된 독자 플랫폼 구축에 대해서도 원할 경우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 관계자는 “수수료는 금융권이 적정 수준을 정하도록 하고 그 이하를 받는 플랫폼만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24시간 운영하자는 핀테크 측 요구가 쉽지 않다는 금융권 주장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하고 은행 영업시간에 맞출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다만 플랫폼을 통한 ‘과도한 대출 갈아타기’를 막기 위해 실행된 지 6개월이 되지 않은 대출을 대환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소비자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만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국 관계자는 “대출을 갈아탈 때 발생하는 중도상환수수료와 내려갈 금리를 비교해 더 유리한 방향으로 선택하는 구조”라며 “다만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는 카드론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신규 설정하거나 (해당 상품에 한정해) 제한을 걸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금융권 통합 대환대출 플랫폼이 혁신과 경쟁, 소비자 편익을 제고한다는 취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며 “상품을 운영하는 금융권이 이번 플랫폼의 핵심이고 주도권을 쥐고 있는 만큼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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