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태순 신성통상 회장과 그의 장남인 염상원씨가 에이션패션 유상감자로 경영권을 강화하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를 보면 에이션패션은 신성통상이 가지고 있는 회사 주식 18만1500주(지분 22.7%)를 약 265억원에 소각하기로 했다. 처분 시기는 오는 19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다.
에이션패션의 2대 주주이자 염상원씨의 사실상 개인회사인 가나안 역시 지분율이 36.00%에서 46.56%로 증가한다. 가나안은 염상원씨가 최대 주주로 있는 회사로, 그의 지분율은 82.4%에 달한다. 염 회장도 이 회사 지분의 10%를 가지고 있다. 다시 가나안은 신성통상의 최대 주주로, 지분율은 33.90%에 이른다.
에이션패션과 신성통상의 순환출자 구조도 이번에 해소됐다. 신성통상의 에이션패션 지분은 사라지고, 염 부자(父子)의 에이션패션 지분율은 늘어나면서 이를 통해 신성통상 지배력까지 키울 수 있게 된 셈이다. 에이션패션은 현재 신성통상 지분 17.66%를 가지고 있다.
신성통상에서는 올해 들어 지분 관계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염 회장은 지난달 외아들인 상원씨를 뺀 나머지 세 딸 혜영·혜근·혜민씨에게 각각 574만8336주씩 총 1724만5008주를 증여했다. 이에 따라 염 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20.21%에서 8.21%로 줄어든 반면 이제껏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이들 자매는 각 회사 지분 4.00%씩을 보유하게 됐다.
염 회장의 장녀인 엄혜영씨는 신성통상 안에서 물류 관련 부서장 직책을, 차녀인 염혜근씨는 탑텐 상품개발 차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원 씨는 지난해 1월 과장으로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상태다.
염 회장의 첫째 사위인 박희찬 에이션패션 대표는 올해 들어 돌연 신성통상 주식을 사들이기도 했다. 박 대표는 올해 4월 처음으로 회사 주식을 사들여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린 뒤 5월에도 지분을 추가로 늘렸다. 현재 그가 가진 신성통상 지분은 0.10%다.
근래 들어 잇따라 나타난 회사 지분 변화를 두고 업계에서는 염 회장 일가가 가족 경영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하고 있다. 국내 토종 의류 제조·직매형(SPA) 브랜드 '탑텐' 등을 운영하는 신성통상은 코로나19로 의류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한 와중에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6월 결산법인인 신상통상이 내놓은 2020 회계연도 분기 보고서를 보면 회사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7월 1일부터 올해 3월 31일까지 8995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7845억원)보다도 14.65%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408억원, 183억원으로 24.57%, 701.27%씩 증가했다.